[세종풍향계] 윤 대통령 "스타 장관" 주문에..장관들은 '원샷 스포트라이트' 경쟁戰

윤희훈 기자 2022.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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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후 직접 브리핑하는 장관들
적극 홍보 지시에 관가선 '아이템 발굴' 열심
부처 주도권 경쟁으로 팀워크 깨질까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스타 장관이 돼라”고 주문하자, 전 부처 장관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돼 국정을 운영하자”며 “방송이든, 신문이든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부처가 하는 일과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지시였다. 다음날 윤 대통령은 출근을 하면서 기자들에게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는 조직이 성공한 조직”이라며 ‘스타 장관론’을 이어나갔다.

대통령의 지시는 장관들을 경쟁시켜 국정을 홍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지지율 하락이 ‘국정 홍보 부족’에서 야기됐다고 보고, 정책 추진 과정을 적극적으로 알려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장관들은 언론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각 부처별로 진행하는 대통령 업무보고 후 장관들이 직접 기자실이나 브리핑실을 찾아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은 이전 정부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언론에서 조명을 받을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도 장관들의 주요 임무가 됐다. 한 경제부처의 장관은 간부회의 등 각종 회의가 끝날 때마다 대변인에게 “오늘 회의에서 기사 제목이 나올만한 내용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일부 장관은 대변인실에 언론 동향과 함께 각 매체별 관심사안을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정부소식통은 “기삿거리가 될 만한 프로젝트를 먼저 추진하는 등 매체의 관심도에 따라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가장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다. 대선 당시 ‘대장동 일타강사’로 활동하며 개인 방송 능력을 보여줬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신종 전세사기 대비책’, ‘외국인 부동산 투기 봉쇄 방안’ 등의 콘텐츠를 온라인 강의 형태로 송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유튜브에서 ‘장관님 쫌 만납시다’(장쫌만) 코너를 만들며 대외 행보를 넓히고 있다.

개인기가 부족한 장관을 둔 부처에서는 공무원들이 바빠졌다. ‘스타 장관 만들기’가 지상과제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경제부처의 과장급 실무자는 “기삿거리 발굴과 보도자료 작성이 메인 업무가 됐다”가 됐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배포하는 보도자료 건수가 늘었다. 평소 3~4건의 보도자료를 내던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윤 대통령의 ‘스타장관’ 지시 다음날인 20일 총 10건의 보도자료를, 21일에도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등 7건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양이 많은 게 능사는 아니다. 한날에 다양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쏟아지면서 정작 중요한 이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21일에는 기획재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 발표와 일정이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발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각 부처 간 뉴스 선점 경쟁은 주도권 싸움으로 치닫기도 한다. 정부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가 대표적이다. 19일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20일엔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는데, 내용만 봤을 때는 굳이 나눠 발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교육부도 산업부의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에 인재 양성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인재양성 이슈는 교육부가 주도권을 갖고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뉴스에서 원샷을 받기 위해 따로 발표를 한 게 아니겠느냐”라면서 “국정 홍보를 위해선 스타 장관도 필요하지만, 주도권 경쟁이 과열돼 부처간 팀워크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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