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첫 격전지는 알뜰폰.. "은행 안 가도 휴대폰은 쓴다"

정민하 기자 2022.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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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확장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들은 알뜰폰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활용도 높은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통신업부터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등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가조건 위반과 금권 마케팅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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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확장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들은 알뜰폰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활용도 높은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통신업부터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 기업 토스는 오는 9월 중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를 위해 최근 중소 알뜰폰 업체인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1998년 설립된 머천드코리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계약을 맺었고, 가입자 수는 10만명 수준이다.

토스(왼쪽)와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각 사 제공

토스에 앞서 금융권서 가장 먼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직접 ‘리브엠’을 출시했고, 2년 반 만에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했다.

최근엔 리브엠의 비공식 커뮤니티인 ‘알뜰폰 리브엠 친구결합 및 정보공유’ 네이버 카페를 인수했다. KB국민은행 직원이 운영해온 해당 카페는 지난 2020년 개설돼 현재 2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리브엠은 오는 3분기 중 SK텔레콤과 KT 통신망을 쓰는 새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하나은행과 NH농협 역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담그려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KT망을 이용하는 중소 사업자 네 곳, 하나은행은 SK텔레콤 산하 SK텔링크와 손을 잡고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 농협중앙회에서도 모바일뱅크 ‘NH콕뱅크’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중 신한은행은 직접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시장 진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은 중소사업자들이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되팔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국내 알뜰폰 시장은 2011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1000만명을 넘겼으며, 사업자 수는 70여개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전체 이동통신시장 가입자의 약 14%만 알뜰폰 회선에 가입돼 있고, 이마저도 절반 정도는 휴대폰이 아닌 사물인터넷(lot) 회선이라 개인고객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사는 알뜰폰 등 통신 사업을 통해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 파일러(Thin Filer)’도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면서 “요금제 종류·통신비 연체 여부 등을 대안 정보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더 정확한 신용 평가가 가능하고, 나아가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21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모습. /뉴스1

통신업은 또 금융상품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은 체크·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통신비 할인(월 최대 1만7000원)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과 거래 실적까지 감안해 최대 월 4400원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금융·통신 서비스를 다양하게 결합한 상품 제공은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금융사들의 알뜰폰 사업 확장에 이동통신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기존 이동통신 가입 중심의 판매점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등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가조건 위반과 금권 마케팅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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