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신호탄①]농사 짓고 코인 팔고..은행 진출 어디까지

이주혜 2022.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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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자회사 제한 풀리면…"핀테크 인수로 기술 확보"
부동산 자산 추천·대출 가능해져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으로 협업 선점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1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은행들이 가상화폐와 부동산, 통신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비금융 신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디지털화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이해 은행들이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6개 금융혁신 세부과제를 선정하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와 업무범위 제한 개선을 우선 검토할 방침이다.

규제혁신안에는 은행이 15% 이내 지분투자만 할 수 있는 비금융 자회사 투자 제한 완화,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은 다양한 신산업에 직접 나설 수 있게 된다. 지분투자나 제휴에 그쳤던 협업 규모를 키우거나 아예 인수할 수도 있다. 이미 주요 금융사들은 핀테크 스타트업, 영농법인, 블록체인 등에 투자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며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다각화의 선두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농업회사에 투자한 이력부터 알뜰폰 사업(리브엠), 부동산 플랫폼(KB부동산)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KB금융은 2015년부터 스타트업을 육성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로보어드바이저, 대출 분야부터 메타버스, 레저, 헬스케어, 교육,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21개를 'KB스타터스'로 선정했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을 통해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 은행의 부동산 플랫폼에서 시세나 인테리어 정보 조회뿐만 아니라 직접 거래 중개도 가능해진다. 시세 조회를 위해 부동산 플랫폼으로 유입된 고객에게 은행 대출 상품을 연결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도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퓨처스랩'에서 블록체인 기술기업과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등에 투자해왔다. 신한은행은 현재 모집 중인 퓨처스랩 8기와 신한 쏠(SOL) 내 생활금융 콘텐츠와 서비스, 블록체인 연계 디지털자산 금융 서비스,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자산 추천 서비스 등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금융도 다양한 IT 회사에 투자 중이다. NH농협은행은 핀테크 기업 '핑거'와의 제휴로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열었다. 독도버스 도민임을 증명하는 '도민권'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본격적으로 금산완화 업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을 통해 AI와 핀테크, 인슈어테크, 프롭테크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애자일랩'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금융 자회사가 허용되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기술기업, 핀테크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혁신 기술이나 AI 기술 업체를 인수해 바로 은행에 적용하고 싶어도 M&A가 제한되다 보니 기술격차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 중인 알뜰폰 사업(국민은행 리브엠), 배달앱 사업(신한은행 땡겨요)은 추후 정식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만 규제를 풀어주기 때문에 이후에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달앱은 결제정보, 통신업은 금융 데이터와 통신데이터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의 탄탄한 자본을 기반으로 금융과 이(異) 업종 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으로의 진출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의 진출이 유력한 분야로 가상자산업이 꼽힌다. 이전부터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거나 가상화폐를 맡아서 보관하는 수탁회사(커스터디) 등에 투자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왔다.

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우리은행은 디커스터디, 농협은행은 카르도에 각각 투자한 바 있다. 규제가 풀리면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하는 등 직접적인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이 직접 뛰어들 수 없으니 가상화폐를 맡아서 보관해주는 수탁회사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왔다"면서 "비금융 자회사가 허용되고 부수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 은행의 가상화폐업 직접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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