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아직 3명이라는데 ..'켄타우로스' 왜 위험한가요
변이 종류 파악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은 일부 샘플에 국한
수도권 중심으로 퍼질 듯…내달 말쯤 BA.2.75 주도 전망
면역회피 뛰어나 환자 전원 '돌파감염'…재감염 더 오를 듯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켄타우로스'가 언젠가부터 코로나19 관련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한층 더 진화한 BA.2.75를 이르는 별명이다. BA.2.75는 예전 우세종이었던 BA.2(스텔스 오미크론)에서 파생돼 나온 변이바이러스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현재 국내 재유행을 이끄는 BA.5보다 더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 감염자가 확인된 지 9일이 지났지만 공식 집계된 확진자는 3명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A.2.75가 조용히 엄습해 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BA.2.75 관련 정보를 정리했다.
Q. 지금까지 확인된 BA.2.75 감염 현황은 어떤가.
A: 22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3명이다. 전날 확인된 세 번째 감염자는 인천에 거주하는 50대로 지난 18일 증상이 발현돼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선 확진자들과 비슷한 경증으로 재택치료 중이다.
BA.2.75 감염사실이 먼저 밝혀진 2명과의 접촉력 등 역학적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세 번째 감염자 역시 첫 BA.2.75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감염사례라는 점이다. BA.2.75 변이는 해외에서 한창 유행 중인 만큼 타국에서 걸리고 나서 귀국한 다른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할 지자체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감염원'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선행 감염사례는 인천에 거주하는 60대(국내 감염) A씨와 청주에 사는 외국인(해외유입) B씨다. A씨는 지난 8일 의심증상이 나타나 11일 확진됐다. 감염 가능기간 중 해외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BA.2.75가 유래한 인도에서 입국한 지 이틀 만인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자로 보고된 지 2주 만에야 BA.2.75 변이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
감염자 3명은 전원 3차접종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돌파 감염' 사례인 셈이다.
Q. 확진자가 매일 몇 만 명씩 나오고 있는데, 감염자가 3명뿐이면 염려할 수준은 아니지 않나.
A: 그렇지 않다. 쉽게 생각하면 '확진자'와 '감염자'가 엄밀히는 같은 의미가 아닌 것과 비슷하다. 전자는 코로나19에 걸린 뒤 진단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와 통계로 잡힌 환자, 후자는 전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자·타의로 검사를 받지 않은 감염자들까지 아우른다.
전문가들은 재유행 국면에서 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의 최소 2~3배에 이르는 실(實)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오미크론 대응체계 전환 이후 동네 병·의원에서 받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가 기본값이 되면서 판정의 속도는 올라간 반면 정확성은 오히려 떨어진 탓이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발표하는 변이바이러스의 검출률은 모든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가 아니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온 환자들 중에서도 당국이 걸러낸 일부 표본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선정 방식은 말 그대로 '랜덤'(random)이기 때문에 변이 동향을 완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체 분석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빚어지는 시차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자체에서 확진자가 생기고 나면 질병관리청 확진자 DB(데이터베이스)에 취합돼 검사분석팀이 확인하기까지 이틀이 걸린다고 밝혔다. 또 수탁기관에 요청해 대상 검체를 수집하는 데 2~4일, 운송에도 이틀에서 나흘이 더 걸린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주말이라도 껴있을 참이면 검체 분류가 불가해 길게는 열흘까지도 소요된다. 다시 말해 △변이 분석이 일부 샘플에 국한된 점 △검체 조사가 실제 결과로 나오기까지 수일이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BA.2.75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Q. 얼마 전까지만 해도 BA.5 변이 얘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A: 당장 우리가 가장 주의해야 할 변이는 우세종인 BA.5다. 7월 둘째 주 기준 52%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해외유입 사례에서는 이달 첫 주 이미 70%를 찍었고, 국내 감염사례 또한 지난 주 47.2%까지 점유율이 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진원지인 BA.5는 BA.2에 비해 검출률 증가 속도가 35.1% 더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 10.4%에 불과했던 검출률이 과반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주다. 전파력이 더 높은 대신 중증화율은 종전 변이들보다 더 낮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위중증 환자가 1주 새 '더블링'되면서 100명을 훌쩍 넘긴 현 상황(22일 기준 130명)을 보면 결코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BA.2.75가 더 회자되는 이유는 이러한 BA.5의 특성을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BA.2.75는 체내에 더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가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8개 더 많은 36개에 달한다. 감염력과 면역회피 능력이 BA.5보다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BA.5와 BA.2.75가 모두 유행한 인도에서 후자의 점유율은 지난달 20일 7.9%에서 1주일 새 51.35%로 급증했다. 자연감염·백신 접종에 의한 면역이 상당 부분 무력화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재감염 비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WHO(세계보건기구)는 BA.2.75를 '우려 변이'(VOC·Variants of concern)인 오미크론 계보 안에서 모니터링 중이다.
Q. 결국 지역사회에 꽤 퍼져 있을 수 있다는 건데, 향후 유행 전망은.
A: 전문가들은 BA.2.75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확산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종의 동심원처럼 서서히 비수도권 지역으로 퍼져 나가 궁극엔 BA.5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되리란 전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래 수도권 중에서도 인천·경기 쪽에서 변이가 앞서 퍼지는 선례가 많았다"며 "그러다 보면 서울로 들어오게 되고, 전국으로 퍼져 나갈 테니 (대대적 확산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델타, 오미크론(BA.1) 등 그간 당국이 최초로 인지한 신규 변이 감염자는 모두 해외유입 사례였지만, BA.2.75는 처음으로 국내 지역사회 감염자가 첫 사례로 확인된 케이스다.
천 교수는 "해외에서 어떤 변이가 유행하면 국내에도 거의 들어와 있을 확률이 높다"며 "단지 정부가 무작위로 검출하기 때문에 (절대 규모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BA.5 유행이 꺾이기 시작하면 '켄타우로스' 변이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말경까지 BA.5가 확산세를 주도하다가 BA.2.75가 바통을 넘겨받아 우세종이 되는 '쌍봉형' 유행곡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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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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