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노위, e스포츠 감독에 대해 근로자성 첫 인정
고용노동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 19일 e스포츠인 ‘롤(LoL·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감독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가 e스포츠 코칭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자성’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개념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으로, 최근 들어 전에 없던 새로운 고용 형태가 늘면서 근로자성 인정 문제가 노동계 중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롤 프로게임 리그에 참여 중인 게임단 DRX는 A씨와 작년 11월 감독 선임 계약을 맺었다가, 지난 2월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해고 통보했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DRX 측은 A씨는 단순 근로자가 아니니 부당 해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DRX 측의 주장은 “감독 선임은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내 달라고 위임하는 계약이지, 고용 계약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노위는 지난 4월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적법 절차 없이 부당 해고를 당했으니 복직시키라는 판정을 내렸다. DRX 측은 상급 기관인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원심대로 결정이 내려졌다. A씨의 업무 재량이 매우 한정적이고 구단 종속성이 인정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중노위 판정은 개별 사건에 한정되는 것이고, 관련된 법원 판례도 아직 없어 이번 판정으로 e스포츠 선수·코칭스태프 모두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최저임금·퇴직금·주휴수당·연차휴가·4대보험 가입 등 근로자의 권리와 직결된다.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사업주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지휘·감독에 따르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프로 야구 등 운동 선수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임금 협상이나 이적 등에서 큰 폭의 자율성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 역시 큰 폭의 자율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정부는 점차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구체적·직접적’ 지휘·감독을 받아야만 근로자로 인정했으나, 최근에는 ‘상당한’ 지휘·감독 관계에 있으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중노위는 한 방송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막내 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방송사가 임의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계약서의 내용이 아닌 실제 업무가 종속적인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근로자성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 경직성을 초래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분야는 배달앱 배달원·차량 공유앱 운전기사 등 플랫폼 근로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다. 법적 보호를 받으려는 근로자들과 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사용자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업무 위탁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출퇴근 보고 등 구체적 지시를 근거로 지휘·감독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근로자의 근로자성 판단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는 2019년 배달앱 ‘요기요’ 배달원에 대해 ‘근무 시간·지역 등을 회사가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를 하는 등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정부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중노위는 2020년 “타다 운전기사들은 운영사인 쏘카로부터 실질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는 근로자”라고 판정했지만, 1심 법원은 지난 8일 ‘타다 기사들이 스스로 근로 장소와 시간을 정했고, 사측은 단정한 복장 규정이나 고객 대응 요령만 조율했다’며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근로자성(勤勞者性)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14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각종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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