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있으면, 코로나 중증위험 2배 넘는다"
고혈압이 당뇨병·심부전 등 다른 기저 질환보다도 코로나 증세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코로나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돼 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2배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백신 예방 효과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가 전체 성인의 30%에 달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세다스시나이 병원의 조셉 에빙거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LA 지역에서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3차(부스터샷)까지 접종 완료하고도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912명을 분석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실린 에빙거 박사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912명 중 145명(15.9%)은 부스터샷을 맞고도 증세가 악화해 입원까지 한 중증 환자였다.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중증화와 사망 위험을 낮춘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백신 추가 접종이 코로나 감염 후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을 최대 70%까지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는 앞서 전 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온 델타 변이에 비하면 전파력이 강하지만 중증화율은 낮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추가 접종을 하고도 오미크론 변이에 걸린 후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에게 어떤 특성이 있는지 분석했다.
입원한 145명 가운데 86.2%(125명)가 고혈압 환자였다. 연구진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변수를 조정했다. 그 결과 다른 만성 질환 없이 고혈압만 있는 경우 코로나 증세가 악화해 중증으로 입원할 위험이 고혈압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2.6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환자가 고령인 경우, 심근경색·심부전·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마지막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꽤 지난 상태에서 감염되는 경우 입원이 필요할 만큼 병세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요인 역시 중증 위험을 높이기는 하지만 모두 고혈압만큼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코로나 중증화 요인으로 꼽히는 나이(고령)는 중증 위험을 1.4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질환 중에서는 비만이 1.29배, 암은 1.13배, 만성폐쇄성폐질환은 1.01배 각각 중증화 가능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코로나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드는 오미크론 변이 돌파감염은 모든 연령의 성인, 특히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에빙거 박사는 “특히 이렇게 부스터샷을 맞고도 입원한 환자의 대다수가 고혈압 환자라는 것은 부스터샷이 고혈압 환자를 중증화로부터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보호 장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은 성인의 30%인 1200만여 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2019년 기준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1207만명으로, 그중 41%(495만명)는 65세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만성 질환 없이 고혈압만 있어도 코로나 증상이 크게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으로 코로나 감염 예방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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