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원칙 강조, 장관은 현장서 노사 설득.. 달라진 정부 파업 대응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독(dock) 안에 시너를 들고 들어가 점거하는 극단적 점거 파업이 노사 합의로 마무리된 배경에는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대응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면서 노조를 압박하고, 중재와 공권력 투입이라는 강·온 전략을 구사해 노조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불법 파업 사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최대 규모의 불법 파업이었다. 지난달 초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7일 동안 총파업을 벌였지만, 총파업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 불분명했다. 현장에서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가 있었지만, 사업자 신분인 화물차 기사들의 집단 운송 거부 자체를 불법으로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물의 최저운임을 보장해주는 안전운임제를 연장해달라’는 화물연대 요구를 사실상 받아줬고, ‘정부가 노조의 실력 행사에 사실상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점거 파업 사태에 정부가 뒤늦게 나서긴 했지만 화물연대에 대한 대응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1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선박 점거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조선업 전체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담화문을 내고 압박을 시작했다. 16일 노사 협상이 시작됐고, 협상 사흘째인 지난 18일에는 5개 부처 장관이 추가 담화문을 내놨다. 19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농성 현장에 급파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18일 관계장관회의를 지시한 데 이어 이튿날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해 불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자 정부 내에서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급기야 21일 경찰이 소방청과 함께 현장 진입을 전제로 한 도상훈련에 들어갔다. 경찰 진입을 대비한 에어매트도 설치됐고, 농성 현장에 경찰 헬기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 극적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노동계에선 정부의 강온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장관이 1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농성 현장을 찾아 “이러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점거를 풀면 정부도 돕겠다”고 새벽까지 노조를 설득했다. 담당 국장도 농성 현장에 계속 남아 협상을 물밑에서 중재했다. 그러면서 계속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냈다. 교섭 상황에 정통한 노동계 핵심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러다 정말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고, 코너에 몰린 노조가 결국 농성을 풀고 합의를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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