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사건 후폭풍.. 술자리지침 만든 캠퍼스
서울대·한국외대·홍익대 등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회의에서 ‘캠퍼스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약 1달 전 이들은 ‘행사 성폭력 대응 지침’을 만들어 일부 학생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날 이 지침을 전대넷 소속 중 원하는 대학들에 공유 및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 탓이다. 캠퍼스 내에서 한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등교 수업이 본격화하고 축제 등 각종 행사나 단체 활동이 대부분 재개됐다. 하지만 대학별로 한동안 많지 않았던 각종 성폭력·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학 안팎에서 비상이 걸렸다.
이달 초 서울 연세대에서는 의대 재학생이 화장실에서 또래 여학생의 모습을 불법 촬영하다가 붙잡혔고 지난 6월 서울 고려대에서 열린 축제에서도 한 남학생이 여학생의 치맛속을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다. 특히 인하대 사건의 경우 범행장소가 캠퍼스 내 건물이었다는 점 때문에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며 불안감도 커졌다.
전대넷이 원래 만들었던 지침은 각종 모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이었다. 남녀가 서로 팔짱을 낀 채 술을 마시는 ‘러브샷’ 등 술 게임을 하지 않고, 야외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2인 1조 이상으로 다닌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기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문을 받아 내용을 한번 더 보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인하대 사건으로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침을 만들어 각 대학에 배포하기로 했다”며 “음주로 모든 범죄 원인을 돌릴 수 없는만큼 이런 술자리 지침 외에도 학교에서도 젠더 의식을 다루는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학교나 학과에서 인하대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예방 대책을 내놓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외대 영어대학 학생회는 오는 9월 2학기 개강 후 ‘반(反)성폭력 자치규약’을 발표한다. 원래 학생회 측에서는 과대표, 학생회장 등 학생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에게만 성범죄에 대한 공개 사과문 작성 등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2학기 중에 일반 학생으로 이 규정을 확대 적용한다. 수사기관처럼 강제성은 없지만 학생회 차원에서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성범죄 발생뿐만 아니라, 그 뒤 일어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는 규정들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경희대 특별자치기구인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도 지난 4월부터 ‘인권침해 대응 지침’을 만들고 있다. 이 지침에는 교내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신고 방법 등을 안내하고, 피해자의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위원회가 나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관계자는 “인하대 사건이 발생한 뒤, 오후 11시 이후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동아리실이 모여있는 건물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도 지난 18일 야간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CCTV를 증설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학의 과도한 음주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성범죄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실효성을 갖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자정작용으로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대학들이 음주와 관련해 코로나 때 부족했던 관련 교육과 홍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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