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도 우주 사진 '뽀샵' 한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2022. 7.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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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안형준의 안녕, 우주!]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총천연색 사진 5장을 처음 공개했다. 죽어가는 별들, 반짝이는 은하, 별에 가려진 블랙홀, 그리고 형형색색의 성운 사이에서 별이 탄생하는 장면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 사진들은 1996년 미국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개발을 시작한 이후 30년 가까이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쏟아부어 이룬 성과다. 우주망원경은 위성처럼 우주 공간에 거대 망원경 장비를 띄워 구름이나 먼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해상도 높은 우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특히 최신 관측 기술이 적용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인류는 전 세대 우주망원경인 허블 망원경을 비롯한 그 어떤 우주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었던 우주의 깊숙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성운을 촬영한 사진. /NAS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NASA의 공식 발표에 앞서 백악관에서 지구로부터 약 46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1광년은 약 9조4600억km) 떨어져 있는 ‘SMACS0723′ 은하단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이 사진은 현재까지 인류가 촬영한 우주 사진 중 가장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단단해 보였던 성운은 솜털처럼 흘러내리고, 암흑이었던 공간에서 새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불타오른다. 숨 막힐 듯 펼쳐지는 장엄한 우주의 모습에 이런 상상도 해봤다. 언젠가 우주여행을 통해 이 장면을 가까이서 맨눈으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실현 불가능하다. 수백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 인류가 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이미지 사진들이 실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 파장의 빛을 가공해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깊은 우주의 속살은 총 12.5시간 동안 노출해 얻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합성한 이미지다. 실제 우리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주망원경이 우주를 보는 방식은 우리의 눈이 보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색상은 우리의 두뇌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의 파장을 처리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우주망원경에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과 적외선처럼 인간이 볼 수 없는 파장의 빛까지 포착할 수 있는 센서가 있다. 이 센서를 통해 빛의 파장별로 얻은 데이터를 사람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이미지로 변환한 뒤, 적당히 색을 입히고 합성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가 볼 수 있는 컬러 사진으로 만드는 것이다.

NASA는 우주 사진을 만들 때 여러 색의 이미지를 결합해 단일 색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 포토샵을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노이즈로 판단된 얼룩은 사진에서 지우고, 일부 색상은 천체의 실제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남기는 경우가 있다. NASA가 공개하는 천체 사진에서 별빛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십자 모양 무늬로 표현된 것도 마찬가지다. 우주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회절(빛과 같은 파동이 장애물을 만나 휘어지거나 퍼지는 현상)로 인해 생기는 별의 모양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 실제 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 별빛을 더욱 영롱하게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결국 NASA의 우주 천체 사진은 우주망원경의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이를 해석하는 과학적 이론, 그리고 인간의 감각 사이에서 과학자들이 균형을 맞춘 일종의 합의점인 셈이다. 이러한 천체사진은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아름다운 천체 사진은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우주에 대한 신비감을 알려주고, 우주 탐사 사업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NASA는 현재 세계 최고 과학 지성 집단이 됐지만, 과거 조직의 존폐 자체가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이 달 탐사에 나선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화재 참사로 우주인이 사망하면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아폴로 계획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NASA를 폐지하라, 우주 개발 사업 규모를 줄이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이때 모든 외압을 이겨내고 달 탐사 사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사람이 당시 NASA 2대 국장인 제임스 에드윈 웹이라는 인물이다.

웹 국장은 실제와는 다소 다르게 수정한 천체 사진을 대중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웹 국장은 인류 최초 달착륙을 목표로 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며 찍은 지구 사진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읽었던 성경 창세기 구절을 담은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미국 달 탐사 사업은 존폐 위기를 뚫고 대중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웹 국장의 이름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붙여진 것도 미국 우주 탐사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공로를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NASA의 달 탐사 성공 이후 과학계에선 눈으로 보기에 매력적인 천문학적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중의 우주 개발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있어 극적인 천체 사진의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SMACS 0723 은하단 사진을 공개한 일도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평가를 받는 만큼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 의미를 강조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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