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길을 잃다]독일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2030년까지 80%로 늘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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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어떤 탈탄소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지 유심히 보고 참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보다도 앞선 탈탄소 행보로 미래 개척에 적극 나선 유럽의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 핀란드의 세계 첫 자국 내 탄소세 도입으로 포문을 연 유럽은 현재 탄소국경세 도입을 앞두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와 전력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또 기업들의 탄소 포집 기술 개발 독려와 지원, 석탄화력 발전 비중 축소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U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1조 유로(약 134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 선두엔 주요국 중 가장 이른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은 독일이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의회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입법화했다. 기존 재생에너지법(EEG)에 이런 내용의 변경 사항을 포함하는 안을 연방하원이 승인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지난해 46%였던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30년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독일 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누적 설치량은 태양광이 60GW(기가와트), 풍력은 64GW였는데 이를 2030년까지 태양광 215GW, 풍력 145GW로 2~4배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분위기를 주도 중이다. 그는 2038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에서 벗어난다는 목표를 세웠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독일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한층 강화, 203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크게 늘리는 한편 탄소 배출로부터 자유로운, 천연가스를 활용한 가스화력 발전 시설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탈탄소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한 기업들에는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적 방안도 구상했다.
EU의 고강도 탈탄소 드라이브는 일반 소비자와 밀접한 자동차 분야를 통해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27개 EU 회원국들은 지난달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부터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이탈리아 등이 산업적 타격을 우려해 이를 2040년으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독일이 2035년 이후에도 탄소중립 연료로만 운행되는 자동차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기후정책 고위대표는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결과가 명확한 만큼 불가피한 정책”이라며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 역시 탈탄소만큼은 독일·프랑스 등 EU 회원국과 다르지 않은 고강도 추진으로 임하고 있다. 최근 4차 재생에너지 국가 입찰 결과 총 1만792MW(메가와트) 규모 프로젝트를 확정했는데 이는 3차 국가 입찰 때보다 87% 급증한 수치다. 이로써 풍력 8512MW, 태양광 2209MW 등 규모로 발전량을 늘릴 예정이다. 영국은 지난해 11GW였던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2030년 50GW로, 14GW였던 태양광은 2035년 70GW로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 미국과 일본도 과거에 비해 탈탄소 관련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은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2조 달러(약 2620조원)를 투입해 탈탄소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도 활발하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대응책 마련이 대폭 늘면서 사회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컨대 애플과 구글은 2050년까지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RE100)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억t 규모 탄소 포집 기술을 가진 사람(기업)한테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기업인들도 적극적이다.
탈탄소 드라이브에선 서양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진 일본은 제조 강국의 이점을 살려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혁신적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5개 분야 16개 기술을 선정했다. 그중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이 크고 자국의 기술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39개 테마를 설정했다. 그리고 테마별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구체적인 밑그림과 실행 체계를 제시했다. 탄소중립 관련 투자를 하는 기업들엔 최대 10%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 노력도 잇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마저 뒤로하고 2019년 6.6%였던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2%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할 만큼 탈탄소를 다짐했다.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올 1~5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31.5%로 10년 전(2.7%)보다 10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까지는 이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최근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10만~20만t의 수소 에너지를 생산, 이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차(FCV,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연료전지가 전기 모터를 움직이는 방식의 자동차)를 5만대 보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2035년까지는 산업 전반에 수소를 적용할 계획이다.
■ 탄소중립 관련 용어설명
「 온실가스=지구 표면이 반사하는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지구 온도를 높이는 가스를 통칭한다.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없어지지 않고 대기에 누적돼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교토의정서(1997년)가 정의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2O)·수소불화탄소(HFCs)·과불화탄소(PFCs)·육불화황(SF6)가 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로, 파리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한 감축 목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NDC를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정했다. 파리협정 참가국은 2020년부터 5년 주기로 NDC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이 사실상 제로(0)인 상태를 의미한다. 일부 어쩔 수 없이 배출해야 하는 온실가스는 포집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처리하면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파리협정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다.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이산화탄소·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는 종류마다 양(부피)이 다른데, 이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해 계량화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6억7960만t(잠정치)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일명 ‘탄소국경세’로 불리기도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 세계 기업에 온실가스 저감을 유인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은 CBAM 입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수소환원제철=철강을 생산하려면 원료인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야 하는데 이때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지금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철강산업은 발전산업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다만, 이 공법을 상용화한 나라는 아직 없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 수단을 담은 법률로 지난해 9월 24일 제정돼 올해 3월 시행됐다. 이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사업장에 정부가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배출권 거래는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업체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중 초과 감축량분을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 다른 기업이 구매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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