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채율 547%, 작년 영업손실 1조7546억 '기초체력' 떨어져
대우조선해양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그렇다고 앞날이 밝은 건 아니다. 올해 들어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었음에도, 실적이 후행(後行)하는 조선업 특성상 앞으로 2년가량 지나야 본격적인 경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와 비교할 때 경영지표가 눈에 띄게 나쁜 점도 불안하다. 경쟁업체에 비해 원가율이 높은 데다 인건비 비중까지 크다. ‘기초체력’이 떨어진단 의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원가 지출은 6조336억원이었지만 벌어들인 돈은 4조4865억원에 그쳤다. 원가율은 134.4%로 조선 3사 중에 가장 높았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 중 비(非)금융업체이면서 올 1분기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동시 기록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부채비율은 546.6%로 지난해 말(390.7%)보다 크게 높아졌다.
임금이 낮아졌는데도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인건비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2020년 7조원 넘었던 매출은 지난해 4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000만원대로 2012년(7700만원) 대비 낮아졌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큰 회사로 바뀐 것이다. 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비중이 커지는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
파업 기간 발생한 손실도 부담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 기간 동시에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1독(dock)의 진수 작업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회사 측은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매출 손실 6468억원 포함 총 8165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선박 11척의 인도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271억원도 포함돼 있다.
경쟁사 대비 취약한 하청 생태계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하청 노동자와의 갈등은 일단 봉합했지만, ‘다단계식 재하청’ 구조에 인력사무소급으로 영세하게 운영되는 난맥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반기부터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일감이 늘면 하청 구조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저임금에 몰린 하청 노동자들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늘고,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국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국내 조선3사는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020년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함께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슬롯 계약(선박 건조를 위해 독(Dock)을 미리 선점하는 것)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최근 실제 수주로 이어지면서 경영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손실은 전 분기 대비 줄어들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추산한다. 돈이 돌기 시작하고 일감이 늘어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이 상승 사이클에 접어든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새로운 민영화 방안을 수립하고,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시급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잠정합의안이 나온 직후 “지금부터 지연된 생산 공정 만회를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며,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