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보수층·6070 지지율까지 급락, 국정 동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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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의 정치학
긍정 32%, 부정 60%.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조사해 22일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결과다. 취임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더 높은 ‘데드크로스’가 3주째 계속됐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종합적이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부실 검증과 사적 채용 등 인사 문제가 잇따른 데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강조한 것과 달리 새 정부 출범 후 아직 뚜렷한 경제 정책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과연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임기 초반부터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어스테핑 때 발언, 정쟁 불씨로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16일 조사해 지난 18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 결과 긍정 32.0%, 부정 63.7%로 격차가 31.7%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 5월 넷째 주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 평가가 각각 56.3%와 36.1%였던 것과 비교할 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긍정·부정 여론이 정반대로 뒤바뀐 셈이다.
주목할 점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만큼 지지층 또한 보수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과 60~70대 고령층이 중심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52%였던 데 비해 보수 성향 유권자는 73%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에서 68%, 부산·울산·경남(PK)에서 65%의 지지를 보였고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에서 73%, 60대에서 66%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보수층 지지율이 55%로 18%포인트나 줄며 급격한 이탈 현상을 보였다. PK 지지율은 38%로 두 달여 사이에 27%포인트나 떨어졌고 70대 이상 지지율도 49%로 24%포인트 줄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중도층에서 시작해 지지층으로 점차 확산됐던 전례와는 사뭇 다르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기존의 강고한 지지층 내부에서 먼저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국내외적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비해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는 이 같은 정책적 마찰음이 반영된 결과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문재인 정부의 집값 정책 등 전임 대통령이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반감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반면 윤 대통령은 이른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기도 전에 지지율이 계속 빠지고 있는데, 이는 정책적 반감보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자체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 달여 만에 3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허니문’ 기간도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짧아졌다는 평가다. 1988년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수 정당 후보로 대선을 치르며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에서 출발했지만 그해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경제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데드크로스를 가장 늦게 접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임기 3년차인 2000년 측근 인사 비리 등이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과거 정권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던 DJ 정부에 측근 비리 의혹은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3~6개월이 지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검찰 등과의 갈등 속에 각계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다.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초 8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끝내 데드크로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집값 급등과 측근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겹치자 지지율이 취임 직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이전 정부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결정적인 하나의 원인이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인사 논란과 대통령의 말실수 등 대통령실에서 비롯된 각종 논란이 제때 진화되지 못한 채 하나둘씩 누적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함께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나 사적 인사 채용, 여당 내홍 등 민감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거나 ‘알아서 잘 하겠죠’라며 나 몰라 식 대응을 보여 왔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속에 정권 교체를 선택한 유권자들도 이처럼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자 그만큼 실망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과 여당의 6·1 지방선거 승리, 한국 정상의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국내외 호재가 적잖았다”며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살리기보다는 불통의 모습과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 등을 잇따라 보이면서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 이미지만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도어스테핑 때 윤 대통령 발언이 정쟁의 불씨로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적신호 속 해법도 못 내놔
고유가·고물가·고금리로 경제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참모진이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소장은 “경제 위기 시그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조짐이 있었고 대선 당시에도 여야 후보 모두 경제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하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경제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이전 정권 탓을 하며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국민의 기대 심리도 곤두박질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과거 정권에서도 경제 분야의 키를 잡고 정책을 펼친 경제 전문가로 국가 경제를 어떻게 설계하고 추진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사들”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들이 앞장서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제 정책이 과연 있느냐”고 비판했다.
경제 위기 속 참모진의 안일한 대처 논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7월 둘째 주 NBS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중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은 28.0%로 직전 조사(20.0%)보다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임기 초반의 낮은 지지율이 장기화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도 빠르게 약화될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윤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핵심 지지 기반이 약한 정치인”이라며 “그나마 확보한 지지층이나 중도층에서 계속 민심을 잃을 경우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를 향한 정책적 설득력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핵심 지지층이 중요했던 대선과 달리 국정 운영은 국민 전체를 품으며 이끌어가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선보여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고 외면하면 정책 기대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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