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길을 잃다]리더십·로드맵·인프라 3무..탄소중립 행진, 길을 잃다
SPECIAL REPORT
최근 전 세계에서 폭염·폭우와 같은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앙SUNDAY가 에너지·환경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2030 NDC 40% 달성 전망을 물었더니 10명이 ‘불가능’이라고 답했다. ‘가능’이라는 답변에도 ‘기술 개발·규제 완화 선행’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현재 상태’로는 사실상 11명의 에너지·환경 전문가 모두가 2030 NDC 40%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30 NDC 40%나 2050 탄소중립 정책은 ‘목표’만 있지 무엇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목표까지 어느 길로 어떻게 갈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2030 NDC 40%는 통계에 기반을 둔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 있어도 쉽지 않은 목표인데,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겠다’는 정도의 말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혁신기술이나, 공기 중의 온실가스를 없앨 수 있는 포집·처리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다. 이를 뒷받침할 금융·지원 인프라도 전무하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는 새 정부 들어 길을 잃은 모습이다. 지난 정부에서 인선한 민간위원장이 올해 3월 사의표명을 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는 서둘러 탄중위원장을 인선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목표 달성을 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려다.
온실가스 감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유럽연합(EU) 등이 일명 탄소국경세와 같은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어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 놓고 있으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규제 완화, 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40% 감축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황정일·신수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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