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초기 동업자 "수면제 없이 잠 못자"..증언 거부

송주원 2022. 7.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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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불응이어 증인신문 거부…法 "과태료 검토"

'대장동 키맨' 유동규(왼쪽)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운데) 씨, 남욱 변호사.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의 초기 동업자로 알려진 정재창 씨가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며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있다"라고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 대유 자산관리(화천 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4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대장동 사업 초기 동업자 정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앞서 정 씨는 한 차례 법원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그는 대장동 사업 초기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중 지분을 김 씨에게 넘긴 인물로 지목됐다.

정 씨는 "제가 아직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일체의 증언을 거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법률조항은 자신이 공소제기를 당할 우려가 있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 씨는 자신의 사건이 검찰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된 상태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정 씨는 "출국도 금지당한 상태이고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정 씨를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압수수색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로 이첩된 사건의 경우 정 씨가 피고소인인 건 맞지만, 대장동 사건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역시 사건 배경과 경위 정도는 정 씨가 증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후 증인신문이 이뤄졌지만 정 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준 사실이 있느냐', '줬다면 얼마를 어떻게 줬느냐' 등의 물음에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이 2013년 4월 촬영된 영상을 제시하며 영상 속 남성이 정 씨가 맞는지를 물었지만 이 질문에도 증언을 거부했다. 영상에는 정 씨로 보이는 남성이 돈을 쌓아둔 채 맞은편에 앉은 남성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검찰은 영상 속 남성들을 정 씨와 남 변호사라 보고 있다. 한편에 쌓인 돈은 9000만 원 상당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줄 돈이라고 의심한다.

검찰은 정 씨와 정 회계사 사이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재생하며 정 씨 본인의 목소리가 맞냐고 추궁했지만, 정 씨는 재차 증언을 거부했다. 증거 서류 진정성립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증언거부 사유라는) 수사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고, 서류 작성에 관한 신문도 거부하고 있다. (정 씨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고려해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의 초기 동업자로 알려진 정재창 씨가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며 "수면제 없이 잠을 못 자고 있다"라고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새롬 기자

오후에 이어진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도 정 씨는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거나 답을 피했다. 한 변호인은 약 3시간 동안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정 씨에게 "검찰 조사 당시에는 자술서까지 제출했으면서 이 법정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가 뭐냐. 변호인 조언을 받은 거냐 아니면 독자적 판단이냐"라고 묻기도 했다. 정 씨는 "죄송하지만 저도 절차나 이런 건 잘 모른다. 여러 군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며 "자꾸 제게 증언하라고 말씀하시는 게 압박처럼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도 "증인이 수사를 받고 있는 것 같고 혐의사실이 뭔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법이 규정한 증언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판단이 쉽지 않은 건 이해한다"면서도 "증인이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공여했다는 부분은 시효 문제로 공소 제기되지 않은 부분이라 형사소추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증언을 전부 거부한 이유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정 씨는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제가 피의자로 적시된 걸 확인했다"며 공소제기 우려가 있다는 취지를 재차 밝혔다.

재판부는 "증언거부 사유가 없어 보이는 것까지 거부한 부분이 있어서 과태료를 부과할지 검토해보겠다"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 약 1176억 규모의 시행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배임) 등으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남 변호사와 김 씨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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