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이장님 저 왔어요~" 친명계, '재명이네 마을' 집결

김정수 2022. 7.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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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에...尹 메시지 관리 들어간 대통령실

'친명'으로 분류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이재명 의원 팬카페에 '등업'을 요청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자들과의 소통을 활발히 하려는 모습이다. /이선화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이장님이 인사하래요" 전대 앞두고 팬카페 등업한 친명 의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확정되면서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어. 컷오프(예비경선) 통과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을 제외하고 단일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던데, 이 의원 측은 반응이 어때?

-7명 주자들이 뜻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다만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비명계'가 뭉치면서 구도가 팽팽해질 수 있어서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야. 컷오프에서 이 의원은 여유가 있지만, 이른바 '친명' 최고위원 후보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야. 최고위원 17명 가운데 9명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박찬대, 서영교, 양이원영, 정청래, 장경태, 이수진(동작을) 의원 등이 '친명'으로 꼽혀. 친명계는 최고위원 2명 이상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최고위원 7명 중 당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합하면 과반수 의결권인 5명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야. 지금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중앙위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해.

-본선행을 염두에 두고 지지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는 모습이야. 21일 박찬대 의원이 이 의원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카페 등업'을 요청했어. 박 의원은 "이장님이 빨리 들어와서 인사하래요"라며 댓글로 "가입 인사 후 오랜만에 들어왔다. 이장님(이 의원)이 왜 마을에 안 들어오냐 하신다"고 설명했어. 박 의원은 이재명 대선 캠프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팬카페에는 지난 3월 14일 가입했는데 아직 '외지인'이야(웃음). '마을 주민'으로 등업하려면 게시글 1개, 댓글 30개, 방문 수 30회 조건을 충족해야 해.

-재명이네 마을에 정치인들도 꽤 가입했지?

이재명 의원의 지지자는 법제사법위원장 양보에 반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역사무실 앞에서 지난 21일 1인 시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카페 '재명이네 마을' 갈무리

-대표적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영길 삼촌'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월 7일 가입했지. 이후 4월 13일에는 '개구리 삼촌' 조정식 의원이 '진인사21'이라는 닉네임으로, 4월 1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동그리삼촌'이라는 닉네임으로 가입했어. 또 김남국 의원, 현근택 전 선대위 대변인, 양문석 전 민주당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 등이 가입해 있어. 김 지사만 제외하고 모두 등업된 상태야. 지지자들은 카페에 가입한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이들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지지활동을 보이고 있어.

-정치인들 입장에선 든든하겠네. 그런데 찬티에서 안티로 돌아선 사례도 있다고?

-대표적으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야. 박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의원의 비서실장을 맡아서 '친명'으로 분류됐고, 그래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때도 지지자들의 뜨거운 지지가 있었어. 그런데 최근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넘겨주기로 하자 지지자들이 발끈한 거야. 팬카페에는 "박홍근 이 사람 참 어이가 없네 법사위 지키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 와선 당원과 민주지지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양해도 없이 법사위 가지세요 이러고 있으니 뒤통수 세게 맞은 느낌" "박홍근은 초심을 지켜라" "원내대표가 되면 사람 변하는 것도 민주당 전통인가" 등 비판글이 올라와 있어. 21일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20대 한 여성 지지자는 박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어. 팬카페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 여성은 홍영표 의원에게 소위 '욕설 대자보'를 붙였다가 사과하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제명 등을 촉구하기도 했어.

-지지자들의 '친명 감별' 작업도 한창인 모습이야.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고민정 의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박시영 tv'에 나와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친명이냐고 물어보면 아닌 것 같다. 그것까지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라면서 친명과 거리를 뒀는데, 팬카페에선 "고민정도 수박" "문프 이용하는 친낙계"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전대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자들을 향한 표심 잡기 행보는 계속될 예정이야. 민주당은 대선과 지선 연패 이후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는 난제를 떠안았는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尹은 줄이고, 참모는 늘리고…대통령실 '메시지 관리' 돌입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은 가운데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맞아. 취임 초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중반 긍정 평가, 60% 이상의 부정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달라진 게 메시지 관리야. 우선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방식이 달라졌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도어스테핑에서 많을 때는 7~8개 질문을 받기도 하는 등 출입기자들과 소통에 적극적이었어. 하지만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한 이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

-12일 2개, 15일 2개의 질문에 답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첫 도어스테핑이 있었던 18일 1개의 질문에만 답하면서 47초 만에 도어스테핑을 끝냈어. 이후 19일 3개, 20일 2개, 21일 3개, 22일 3개의 질문에 답했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답변이 짧아졌어. 또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은 "뭐 다른 질문 없으세요"라는 말로 넘어가는 일도 잦아졌고.

-윤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과 답변 태도가 논란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것을 줄이고, 민감한 사안은 답하지 않기로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수석들에게 브리핑룸에 자주 내려가서 정책이나 지금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뉴시스

-대신 참모들의 언론 등장이 늘었어. 17일 최영범 홍보수석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적극 해명했어.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가 방송에 출연한 것은 강 수석이 처음이야. 같은 날 강 수석은 국민제안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국민제안 톱10'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도 했어.

-다른 수석들도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하는 일과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해. 이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변화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되어서 국정을 운영하자"고 말했어. 이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방송이든, 신문이든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부처가 하는 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적극 알리라"고 당부했다고 해. 마찬가지로 수석들에게도 예전부터 브리핑룸에 자주 내려가서 정책이나 지금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당부했다고 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소통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국무회의에서 나왔었나'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국민들과 직접 자주 소통하겠다는 생각을 원래부터 하고 계셨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면서도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을 하는 것도 사실 굉장히 부담되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일단은 이 상태를 조금 유지해 보고 다른 방안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조금 더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기자들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저희한테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지. 소통 방식에 변화를 모색하면서, 정제된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어떤 방식의 소통 체계를 만들지 주목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가족 만찬 비공개 일정 이후로 2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의 '잠행 모드' 배경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 尹 지지율 하락에 '잠행 모드'

-요즘 김건희 여사가 잘 보이지 않네?

=맞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와 비교해 보면 두문불출인 셈이지. 당시만 하더라도 김 여사는 전직 영부인들을 예방하거나 여당 중진 의원 부인 모임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이었어. 언론에 공개된 김 여사의 마지막 행보는 지난 12일이야. 당시 윤 대통령은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는데, 김 여사도 동석했어. 만찬 이후 김 여사는 거동이 불편한 윤 명예교수를 부축하며 배웅했지. 그리고 2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김 여사의 '잠행 모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한데, 윤석열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김 여사가 윤석열 정부에 얼마나 부담이었길래?

-우선 김 여사가 활동에 나서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면 리스크였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있었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은 김 여사가 '조용히 내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어. 당시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도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윤 당선인도 그런 말씀을 늘 하셨다"라고 말했지. 김 여사 역시 마찬가지였어.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고 말했고, 대선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 배우자의 최우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어. 하지만 실상은 달랐지.

-조용한 내조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건가?

보수 진영에서도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자중을 당부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부인 제도가 생긴 이래 영부인이 정치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없었고, 요란스러운 외부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그런 셈이지. 실제로 김 여사에 대한 실망은 곧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반영되기 시작했어.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김 여사 행보'가 처음으로 등장했거든. 그리고 곧 '사적 채용' 논란이 터졌지. 지난달 13일 김 여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는데, 이날 김 여사의 사적 지인이 동행했을 뿐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2명이 부속실에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어. 사적 인연이 작용했던 터라 '비선 논란'으로 번졌지. 게다가 윤 대통령 부부의 나토 순방 때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어.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지지율을 본격적으로(?) 깎아먹기 시작한 때라고 볼 수 있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던데, 김 여사도 그만큼 행보를 자제할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아. 보수성향 정치 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20일 YTN에 출연해 "김 여사가 대통령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내부적인,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어. 보수 진영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자중을 당부하고 있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부인 제도가 생긴 이래 영부인이 정치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없었고, 요란스러운 외부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어.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아래로 떨어질 위기라고 해.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2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9~20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4%, 부정 평가는 67.2%로 나타났어. 전주에 비해 긍정 평가는 2.2%포인트 줄어든 반면 부정 평가는 2.5%포인트 상승했지. 이미 행보 자체가 리스크가 돼버린 김 여사 입장에서는 '잠행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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