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옥' 열리자 함성과 눈물 "빨리 못 꺼내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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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하청업체들과 협상 타결로 끝이 나면서 1㎥짜리 '철제 감옥'을 만들어 자신의 몸을 구겨 넣었던 하청노동자 유최안도 들것에 실려 나왔다.
시너와 유언장을 품고,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원유운반선 밑바닥에 스스로를 결박한 채 일어서지도 제대로 눕지도 못한 지 3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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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만에 들 것에 실려나와 병원 이송
지켜보던 조합원들 "안타깝고 미안.."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하청업체들과 협상 타결로 끝이 나면서 1㎥짜리 ‘철제 감옥’을 만들어 자신의 몸을 구겨 넣었던 하청노동자 유최안도 들것에 실려 나왔다. 시너와 유언장을 품고,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원유운반선 밑바닥에 스스로를 결박한 채 일어서지도 제대로 눕지도 못한 지 31일 만이다. 철제 감옥으로부터 15m 높이 난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고공 농성을 하던 하청노동자 6명도 비로소 땅을 밟았다. 건강이 악화된 이들은 구급차에 태워져 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원유운반선 바로 앞 30m 높이 수문인 ‘도크 게이트’ 위에 올라서 동료들을 염려하던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조합원 100여명이 유최안 부지회장과 조합원 6명을 향해 있는 힘껏 외쳤다. “사랑한다.” “고생했다.”
동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조합원들 눈에는 안도감과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 고였다. 조합원 이아무개(52)씨는 “그동안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불침번을 서러 저 아래로 (도크로) 내려가 유최안 부지회장 눈빛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아무개(59)씨도 소회를 묻는 질문에 “타결이 됐을 때, 우리 동지들을 저 안에서 꺼낼 때, 그런 순간순간마다 계속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아무개(51)씨는 “(동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못 그런 게 안타깝고 미안하다. 모두의 건강이 어떤지 걱정되는데 빠른 시일 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4.5%(업체별 평균) 임금인상 △내년부터 설·추석 각 50만원과 여름 휴가비 40만원 등 상여금 140만원 지급 △고용 기간 최소 1년 보장 △재하도급 금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에 잠정 합의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조합원 총회를 열고 이러한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해 가결했다. 임금인상 4.5%는 파업 전인 올해 초 하청업체들이 올려주겠다고 제안한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유최안 부지회장과 15m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해 온 조합원 6명의 건강이 악화한 데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원·하청 사용자가 막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예고하면서 조선하청지회는 30% 임금인상 요구를 스스로 철회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파업에 참여한 50대 조합원이 말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뭐 우짜겠습니까. 우리가 힘이 없는 거를. (처음으로) 집단교섭해서 도장 찍은 거로 만족합니다.” 그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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