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당사 재테크.. 대출 80% 받고, 혈세로 갚았다

김승재 기자 2022. 7. 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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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건물 가격의 80%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받아 수백억원대 당사(黨舍)를 매입한 뒤, 국민 세금인 선거 보조금을 대출금 상환에 쓴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두 당이 매입한 당사는 매입가와 비교해 현재 시세로 각각 124억원과 35억원이 올라, ‘당사 재테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왼쪽)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 / 이덕훈 기자

민주당은 2016년 9월 서울 여의도 장덕빌딩(옛 영산빌딩)을 193억원에 사들였다. 그중 80% 정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었는데, 현재 이곳의 추정가(부동산플래닛 기준)는 317억원이다. 지금 당사를 팔면 124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사에서 300m 떨어진 남중빌딩을 2020년 7월 480억원에 샀다. 국민의힘도 각 시·도당 건물에서 담보 대출을 받는 등 80%가량 빚을 냈다. 2년이 지난 이곳의 현재 추정가는 515억원으로 구입 당시보다 35억원 올랐다. 여야 모두 “여의도 빌딩을 빌려 쓸 때 드는 임차료가, 건물을 사서 내는 이자 비용보다 많이 드니 빚을 내서라도 매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대 정당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당사를 사는 이유는 선거 몇 번만 하면 국민 세금으로 금방 갚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선과 총선 등 선거 전 각 정당에는 ‘선거 보조금’이 지급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때 쓴 비용을 되돌려주는 ‘선거 보전금’도 나온다. 선거에 쓰라고 돈을 주고, 선거에 썼다고 또 돈을 주는 일종의 ‘이중 보전’이다. 선거 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서 선거사무소 설치와 운영비 등으로 쓸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야 모두 선거 보조금을 자기 당사 대출금을 갚는 데 쓰는 것이다.

여야의 당사 재테크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회계보고 자료를 보면 민주당의 대출금은 당사를 산 이듬해인 2017년 6월 143억7500만원이었는데, 이달 초 21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5년 만에 122억원을 갚은 것이다. 국민의힘의 은행 차입금은 당사 매입 한 달 뒤인 2020년 8월 410억원이었는데, 이달 1일에는 250억원이었다. 2년도 안 돼 160억원이 줄었다. 최근 고금리로 전환됐지만 양당은 ‘총알 상환’으로 금리 인상 부담도 피하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원들이 내는 당비나, 당사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 등도 있지만 선거 보조금이 대출금 갚는 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올해 여야가 받은 선거보조금만 민주당 449억원, 국민의힘 394억원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실거주라 ‘1가구 1주택’ 개념인데, 당사 재테크라는 비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찌감치 사둔 민주당과 달리, 우린 부동산 값이 치솟을 시점에 사서 차익을 본 것도 없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보조금과 보전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선관위는 2013년 6월 “선거비용 보전 때 선거보조금만큼 빼고 지급하자”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냈다. 하지만 두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의견을 재차 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여야가 진심으로 국고 사정을 걱정한다면 선거 비용 ‘이중 지급’부터 막도록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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