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만이 아니었다.. 화물연대 51일째 시위, 소주공장 봉쇄
22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 17t 화물트럭으로 공장 진입로를 가로막고 세운 야외 무대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400여 명이 ‘노예 계약 폐지하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하이트진로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근처 도로는 이들이 두 달 전부터 불법으로 주차해놓은 트럭 30~40여 대가 점거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으로 22~23일 이천 공장의 소주 출고를 중단했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중단이다. 22일 출고가 중단된 소주 13만 상자는 하이트진로가 전국에 출고하는 전체 소주의 40%에 이르는 물량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하이트진로 청주 공장 앞에서도 400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 화물연대원들은 하이트진로의 물류를 담당하는 수양물류 소속 화물 차주들로 지난 6월 2일부터 운송료 30% 인상과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과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며 51일째 운송 거부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전운임제 확대를 내건 화물연대 총파업은 지난 6월 14일 타결됐지만, 이들은 그 뒤에도 운송 거부를 이어가며 하이트진로의 소주 출고를 방해해왔다.
하이트진로는 밤에만 겨우 제품을 출고해왔다. 견디다 못한 하이트진로 측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고, 수양물류가 다른 화물 차주를 통한 운송에 나서자 화물연대는 이날 다시 공장 봉쇄에 나선 것이다.
◇명분 없는 파업… 소주 공장은 또 멈췄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지난 50여 일 동안 화물 트럭 수십 대를 동원해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 도로를 점거해 왔다. 이달 초에는 한 자가용 운전자가 불법 주차한 화물 트럭과 충돌해 숨지는 일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수양물류와 계약한 대체 계약 운송사 화물 차주들을 위협하려고 달리는 차에 물건을 던져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공장 밖에서 화물 트럭을 거북이 속도로 몰아 도로를 마비시키는 ‘서행 시위’를 벌이는 통에 공장 직원들은 퇴근조차 못하고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겪었다고 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를 제때 출고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액이 최소 100억원에 이른다”면서 “여기에 판매 차질과 직원들이 본 물리적·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화물연대 노조원 중 11명에게 1명당 7억원 안팎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 차주들은 운송료를 30% 올려달라고 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신규 직매장·대리점을 낼 때마다 물류 운송비를 노조 소속 화물 차주들과 합의해서 결정하라는 요구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양물류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 차주들에게 오는 26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 필요”
50일 넘게 불법 파업에 시달려 온 하이트진로는 공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 불법적 요소들에 대해 적극적인 공권력 집행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2일 본지와 통화하면서 “노조원들이 도로에서 불법 서행 시위를 벌이거나 대체 운송 화물 차주들의 차량을 망가뜨려도 경찰은 딱지를 끊거나 경고를 하는 것 외엔 다른 조치를 안 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뿐만이 아니다. 전북 부안에 있는 닭고기 전문 업체 참프레도 초복을 앞둔 닭고기 성수기였던 이달 1일부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이곳 공장 인근에서 길가에 나사못을 뿌려 다른 화물차를 고장 내거나 길에 드러누워 화물차 진입을 막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조합원 18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지난 21일에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큰 소리로 경적을 울리며 인근 도로를 서행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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