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갈등 불씨 손배소.."노조무력화 의도" vs "배상불가피"(종합)

김승욱 2022. 7. 2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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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노조 무력화·보복 목적"..극단적 선택 이어지기도
사측은 배임죄 처벌 우려 들며 불가피성 주장
잠정 합의는 했지만... (거제=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브리핑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2.7.22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노사 간 극적인 합의로 타결됐지만, 막판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미결로 남으면서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됐다.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인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실제로 배상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이 같은 행위는 보복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이날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 금융동 6층에서 파업 종료에 합의했다.

사측을 대표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발표한 합의문에는 임금 4.5% 인상, 명절 휴가비 50만원,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 등 주요 의제가 두루 담겼다.

하지만 막판까지 팽팽한 이견을 보인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문에 포함하지 못했다.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사측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손해배상과 관련한 규정은 민법 제750조에 나와 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가 그것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하청노조 파업의 위법·불법성에 대한 것부터가 논란인데, 노동계는 파업이 합법적인 쟁의행위인 만큼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들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33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를 근거로 제시한다.

타결은 됐지만 (거제=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잠정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부터), 김환익 대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세부적인 내용에 의견 차이가 있다며 홍 부위원장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022.7.22 kane@yna.co.kr

한 노동계 관계자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직장 점거행위가 불법일 수는 있지만,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하청노조가 배상하라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국가별로 판단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은 1906년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의 규율을 위한 법률'(An Act to provide for the Regulation of Trade Unions and Trade Disputes)을 통해 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소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1994년 동산의료원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전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민사상 그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국한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에서는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적지 않게 이뤄졌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소송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전세 자금, 선산 등에 대한 가압류가 이뤄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한진중공업 투쟁 당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노조 간부 최모 씨는 이듬해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파업을 한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노동 선진국에서는 있기 힘든 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을 길들여 무력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박사도 통화에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보복하기 위한 행태"라며 "조정 절차를 거친 끝에 합법적 파업으로 노무 제공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원청노조 대우조선지회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결과도 주목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개표를 진행했지만, 부정투표 의혹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부 중복투표로 추정되는 부정 의혹이 확인되자 이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하며 약 3시간 만에 개표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하계휴가가 끝나면 법원 판단 및 지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개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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