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 명..장병 죽음 계속돼도 변하지 않는 군

허진무 기자 2022. 7.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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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뒤에도 민간 수사기관과 '신경전'
이달 들어서만 변사자 8명 확인돼
군, 사망 원인·경위 조사 중이지만
검찰 자료 공유 요청에 ‘묵묵부답’
초동단계 조사, 여전히 군이 맡아
“수사권 민간 이양 취지 훼손” 지적

공군 이예람 중사의 죽음을 계기로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7월에만 군에서 사망 원인이 불분명한 ‘변사’가 8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흘에 한 명꼴로 사망 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군은 정식 수사 전이라는 이유로 사건 자료를 민간 수사기관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 군 내부 사망과 성범죄 사건의 수사권을 민간으로 이관한 법 개정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군이 확인한 변사자는 8명이다.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1일 당일에 한미연합사 장교(목맴사)가 사망했다. 6일 공군 항공정비전대 부사관(목맴사), 7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부사관(내인사), 14일 해군작전사령부 병사(익사), 15일 해군본부 장교(내인사), 16일 해병대 1사단 병사(익사)가 연일 사망했다. 19일에는 고 이예람 중사와 같은 부대인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부사관(목맴사)이 사망했다. 21일에도 육군 28사단 병사가 목을 맨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

군이 검시 결과 추정하는 변사 경위별로 보면 목맴사가 4명, 익사가 2명, 내인사가 2명이다. 목맴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예람 중사의 사망 원인인 성폭력과 2차 가해를 군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혹을 계기로 지난해 8월 ‘군 사법개혁의 결실’이라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군은 인권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로운 법이 시행된 이달에도 죽음은 이어지고 있었다.

군은 변사사건 8건의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군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민간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에 따라 군의 사망 사건, 성범죄 사건, 입대 전 범죄 사건은 민간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갔지만 초동단계인 사실조사는 여전히 군이 맡는다.

사실조사 단계에서 군과 민간의 줄다리기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은 국방부에 ‘검사가 사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조사 자료 공유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각지 지방검찰청과 지청이 관할 군부대에 변사 8건의 현장 사진이나 유족 진술 등을 요청했지만 단 1건도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군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할 때까지 의견 제시를 보류한 상황이다.

새 군사법원법과 함께 시행된 대통령령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시에 참여한 검사나 경찰관은 범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사법원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 ‘군이 민간의 자료 제공 요청에 의무적으로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검찰이 의견을 제시하려면 기록 검토가 기본인데 군이 ‘우리 영역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현재도 민간 검찰과 경찰이 사건 조사에 충분히 참여하고 있으며 경찰의 정식 수사 전부터 검경에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검사나 경찰관은 필요하면 검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사항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사건이 민간 경찰 관할로 확정되기 전에 사건 기록을 민간 검경에 공유하는 절차에 대해선 관계기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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