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위한 51일이었나..손배소 직면한 대우조선 하청노조
"(대우조선 하청) 노동조합 불법행위로 인한 회사와 근로자, 지역경제의 피해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다."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파업이 51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평가다. 원청이자 1도크를 점거당해 51일간 조업을 하지 못한 대우조선해양은 약 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을 진행한 하청노조에 책임을 묻겠다는 거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하청노사가 극적 합의하면서 최악의 국면은 피했다. 그럼에도 51일간의 파업은 경총의 분석처럼 원청과 하청노사, 지역경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다. 특히 노조는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손해배상 면책을 끝내 얻어내지 못했고, 파업의 핵심 명분이었던 임금인상은 물론 노조 활동 보장 등의 요구도 전혀 관철시키지 못했다.
외려 법과 원칙을 내세운 정부가 파업 해소 과정에서 명분을 높이 세웠다. '제2의 용산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 행정부가 중립적 입장으로 합의를 종용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없는 강경대응 기조 등 원칙을 고수하며 상황을 수렁에서 건져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지욱 전국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늦었지만 이렇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고 노사 간 원만하게 잠정합의했음을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며 "거제통영고성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원들과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가결이 되면 완전타결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가결되는 즉시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총회를 즉각 해산하고 제1도크 복구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은 "잠정합의안이 타결되면 노사상생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앞으로 생산이 멈추는 분규가 발생하지않도록 노사 상생발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대우조선협력사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얻어낸 것은 미미하다. 합의안에 명기된 임금 인상 4.5% 수용은 하청업체측이 최초 제안한 수준이다. 파업 개시와 함께 요구했던 '지난 5년간 불황을 이유로 30% 넘게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역시 기존 요구안인 상여금 300% 인상,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제공 등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막판까지 쟁점으로 부각됐던 손해배상 면책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18일 교섭에서 사측에 손해배상 및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20일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하면서 맞섰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하루 320억원, 약 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 돈을 노조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 파업 종료 직후 입장을 내고 "일각에서 제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오해가 있어 회사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한다"며 "당사는 파업과정에서 발생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의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포조선소 1도크 현장은 실제 바닥 면에는 1㎥ 규모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갇혀 시너 두 통을 소지하고 있던 유최안 하청노조 부회지회장이, 바닥면에서 15m 높이 철제 난간에 6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가던 터였다.
미완의 합의지만 의미는 크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지만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경남경찰청은 전날 부산경찰청 기동대 네 개 중대와 울산경찰청 기동대 두 개 중대를 조선소에 투입했다. 조선소에 긴장이 고조됐다.
특히 22일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고소당한 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4차 출석요구 기한이기도 했다. 여기에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만큼 노조가 교섭력 저하를 우려해 돌발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메시지가 결국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동력이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9~20일 모두 현장을 찾았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통상 정부관계자가 현장을 찾을 경우 사측에 양보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는게 현장의 전언이다. 정부도 불법행위 철회를 압박하고 교섭을 독려하는 중재자의 스탠스를 취했다.
경제계는 합의안 도출에 환영의 뜻을 나타나면서도,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쟁점에 합의하고 노조의 불법행위가 중단된 것은 다행스럽다"며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되며,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의 첫 걸음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에 있음을 유념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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