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평 옥쇄투쟁' 마친 유최안..제1독 울려퍼진 "사랑합니다, 투쟁!"

거제 | 조해람 기자 2022. 7.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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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에서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가둔 채 옥쇄파업을 벌였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거제/문재원 기자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와 하청업체간 임금협상 합의안이 타결되면서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도 0.3평 철제 구조물에서 해방됐다.

협상 타결이 발표된 뒤 철제 구조물 입구가 뜯기고 유 부지회장은 들것에 실려 대기 중이던 앰뷸런스에 탔다. 유 부지회장과 고공농성 노동자 6명이 내려오자 다리 위에 선 100여명 조합원들이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투쟁!” 구호를 외쳤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조선소 제1독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유 부지회장은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구겨넣은 뒤 입구를 다 용접해버렸다. 30일 넘게 일어서지도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생리현상은 기저귀로 해결했다.

임금협상 합의안이 나온 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18명 중 109명(92.4%)이 찬성표를 던져 이를 가결시켰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유최안 부지회장 등 ‘끝장 농성’을 벌인 노동자 7명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이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 두번째)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손을 맞잡고 있다. 거제/문재원 기자

협상 타결 이후 구조물에서 나와 기자들을 만나려 했던 유 지회장은 인터뷰 직전 이를 취소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심적으로 너무 괴롭고 지쳐서 지회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조 대표단 5명만 제1독으로 내려가 유 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제1독 앞 다리에 도열한 100여명의 조합원들은 현수막을 높이 들고 그 모습을 가려주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에서 119구조대가 조선하청노조원들의 철수를 돕고 있다. 거제/문재원 기자

현수막 너머로 철골이 떨어지는 소리가 ‘쿵, 쿵’ 하며 울렸다. 유 부지회장이 스스로를 가둔 철제 케이지를 뜯어내는 소리였다. “저희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아픔을, 저 동지의 고통을…” 강인석 부지회장이 다리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들어주십시오. 오늘은 유 부지회장 대신,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더 많이 찍어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0.3평이라는 공간에 자기 자신을 가둔 그 31일간의 모습이 조선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그 자체였다”며 “이번 투쟁은 그 삶을 전국 사회적 문제로 확산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51일간의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마무리된 22일 오후 6시30분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이 ‘끝장 농성’을 벌인 도크 위 도로에서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들어 시선을 가려주고 있다. 다리 아래에서는 ‘0.3평’ 철제 케이지 해체, 민주노총 지도부 면담 등이 진행됐다. 거제/문재원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에서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가둔 채 옥쇄파업을 벌였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거제/문재원 기자

거제 |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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