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끝났지만..고질병은 그대로
[뉴스데스크]
◀ 앵커 ▶
이번 파업이 끝나기까지 51일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정부는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하청업체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거였습니다.
위험도 임금협상도, 모든 책임을 하청에만 떠넘기는 지금의 구조는 이번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어서, 배주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를 초반부터 '하청 노사간 문제'라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중재에 나서기 보단 피해만 강조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사실상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정합니다.
하청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받는 돈의 약 90%를 인건비로 쓰기 때문입니다.
원청에서 내려주는 돈, 기성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급여 인상 여력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을 요구하려면 하청업체들은 단지 기성금에서 임금을 떼서 줄 뿐이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은 권리가 없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위험한 일은 하청 노동자의 몫입니다.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한다 해도 발 아래가 수십 미터에 이른 높은 곳, 혹은 몸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곳에서 하는 업무는 대부분 하청에 맡깁니다.
납기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지면 안전을 신경 쓸 여유는 사라집니다.
[김ㅇㅇ/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고된 일은 하청에서 다 해야 하니까 그게 이제 어떻게 보면 나쁜 말로는 노예 계약인 거죠. 환경이 안 좋더라도 그런 걸 다 조치하고 할 여력이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조선소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88명 중, 77% 해당하는 68명이 하청 소속이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숨진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원청은 이 책임도 피해 갑니다.
[안준호/대우조선 하청노조 부지회장] "산재 은폐라든지 공상 처리라든지 자유로운 하청은 그런 위험한 구역에 계속 투입을 해가지고. 죽음의 외주화가 그런 뜻이거든요."
세계 제일의 조선업 강국이란 명성 뒤에 가려진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
[문상환/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기획부장] "정규직 노동자 없이 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 없이 배를 못 만들어요. 그 구조를 저는 개인적으로 바꿔야 하는 거다…"
파업은 51일 만에 끝이 났지만 고질적인 문제는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영상편집 :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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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환 기자 (jhb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1213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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