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째 이어진 파업 철회' 소식에 시민 일제히 '환영'..파업 반대 노동자는 "악순환 반복 우려"
51일째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22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거제시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길었던 조선업 불황과 파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면서 잃어버렸던 거제도의 활력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감도 가득 찼다.
반면 파업을 반대해온 노동자들은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점령 등 불법파업을 인정하는 선례를 남겨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22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정문 일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스마트폰으로 하청 노동자의 파업 철회 소식을 보고 있었다. 김씨는 “거제도는 시급제와 일당제로 일하는 노동자가 많다 보니 파업이 길어지면 노동자 일감이 줄어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우리는 버틸 만 했다. 식당이나 술집, 노래방 등의 타격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에서 7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조전호씨(43)는 노사가 손을 맞잡은 만큼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파업이 코로나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자영업자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조선소가 길었던 불황을 끝내고 이제 호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사가 합을 맞춰 다시 예전의 호황기, 예전의 거제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도 “애초에 조선업이 일이 힘들고 위험한 데 비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았다”며 “우리 손님은 노동자다. 거제의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것도 노동자”라고 강조하며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아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하모씨(60)는 “노조가 너무 강하게 독(배를 만드는 작업장)까지 막으면서 파업해서 걱정이 많았다”며 “다행히 평화적으로 해결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반면 하청 노동자의 파업을 반대하던 노동자들은 이번 교섭이 선례를 남겨 작업 조업 중단 사태가 잦아질까 걱정했다.
원청 조합원 송모씨(48)는 “무사히 타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할까 봐 우려된다”라며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동 투쟁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전모씨(50)도 “대우 사태와 같은 일로 인해서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다른 조선소에도 조업 중단 등의 악영향이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임희안 거제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파업사태가 40일까지 이어지는 동안에도 정부는 지켜보고만 있었다”며 “결국 곪을 대로 곪아 언론 등에 보도되며 정부 책임자들이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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