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2연승 손태승 연임 '청신호'..금감원 CEO 제재 제동 불가피(종합)
잇따른 패소로 CEO 제재 동력 떨어진 금감원..대법 상고 가능성 커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내년 3월 연임에 도전하는 손 회장으로선 법률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반면 연이어 패소한 금융감독원으로선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리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금융권에선 제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 상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2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부장판사 이완희 신종오 신용호)는 이날 손 회장이 "문책경고 처분을 취소하라"며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앞서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이 경영진으로서 내부통제 준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현행법상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을 비롯해 일부 경영진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손 회장이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제재했다고 봤다. 금감원은 법원의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이번 2심의 최대 변수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DLF 중징계 취소소송 1심이었다. 손 회장과 유사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함 회장은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단순히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내부통제 책임을 인정했다.
실제 금감원도 이번 2심에서 함영주 회장 1심 사례를 주요 근거로 제시하며 손 회장 측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직원들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등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와 같은 내부통제 준수를 위한 관리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고 하여, 내부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를 할 수는 없다"며 금감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올 연말에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상고에 나서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DLF 중징계 취소소송이 연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아직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의 중징계를 확정짓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패소한 만큼 당장 결론을 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지주는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해가며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다면 손 회장의 연임은 큰 문제없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 CEO 제재 동력 떨어진 금감원…대법원 상고로 명예회복 나서나
이번 2심 결과로 인해 금감원의 금융사 CEO 제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간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시행령 19조에 '내부통제 기준을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는 만큼 CEO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에게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문책 경고를 결정했는데, 아직 금융위는 징계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만약 징계가 확정될 경우 금융당국으로선 무더기 피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정을 상당 기간 미룰 가능성이 높다.
횡령 사고에 대해서도 CEO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졌다. 금감원은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수시검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내부통제 제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금감원이 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금감원은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제기한 DLF 중징계 취소소송 항소심에 임하고 있는데, 유사한 사안인 만큼 상고를 포기할 경우 함영주 회장의 항소심에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금감원 측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방침을 정하면, 법무부 지휘를 통해 정식적으로 상고를 제기하게 된다. 상고 기한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2주다. 이 경우 제재를 확정 짓지 못하게 되는 만큼 손 회장 측은 1심에 이어서 법원에 중징계 집행정지 효력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반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상고를 포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두 번이나 소송에서 패소한 만큼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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