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페이퍼스 내부고발자 6년만에 입 열다

뉴스타파 2022. 7.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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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언론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도피처 데이터가 유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관으로 전 세계 400여 명의 기자가 국제협업 취재팀을 꾸렸다.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다. 당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내부 자료를 제보한 익명의 내부 고발자 .‘존 도’가 6년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 기고용으로 프레데릭 오버마이어와 바스티안 오버마이어가 진행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가디언, 르몽드, 아사히신문 등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 세계 50여 개 매체가 ‘존 도’ 인터뷰 기사를 동시에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지난 2015년, 자신을 ‘존 도(John Doe)’라고 칭한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쥐트도이체 차이퉁(SZ: 독일 남부 지역 최대 일간지-편집자 주)의 두 기자에게 수백만 건의 이메일 등 2.6 테라바이트가 넘는 조세도피처 비밀 데이터를 제보했다.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내부에서 유출된 자료였다. 이 로펌은 역외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이하 ICIJ) 주관 하에 ‘파나마 페이퍼스’라는 이름으로 조세도피처 폭로 보도가 나가자  이에 연루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세계 여러 지도자급 인사가 줄줄이 사임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보도는 영국 런던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등지에 대규모 항의 시위를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세무조사와 수사를 촉발했다. 역외 페이퍼컴퍼니에 대해 이전에 없었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로 각국 정부가 회수한 탈루 세액은 모두 13억 달러(한화 1조 7천억 원) 이상이다.

‘존 도’는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가 시작되고 4주 뒤에 발표한 성명서(존 도의 매니페스토-편집자 주)를 통해 단 한 번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성명서에서 존 도는 전 세계 정책입안자에게 지구적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후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한 책과 팟캐스트,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나왔고 메릴 스트립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시크릿 세탁소-편집자 주)까지 등장했다. 존 도는 지금까지 계속 침묵을 지켜왔으나 최근 자신이 제보했던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두 기자 프레데릭 오버마이어와 바스티안 오버마이어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현재 쥐트도이체 차이퉁을 떠나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기고하고 있다. 두 기자는 존 도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암호화 소프트웨어로 인터넷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증인 입회 하에 진행됐다. 아래 인터뷰 내용은 가독성을 위해 다소 짧게 편집됐으며, 독일의 저널리즘 표준 관행에 따라 출판 전 승인을 위해 인터뷰 대상에게 공유됐다. 

프레데릭 오버마이어(우)와 바스티안 오버마이어가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내부고발자 ‘존 도’와 인터넷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명성에는 관심 없다”…조세도피처 문제점 계속 알리고 싶어

(프레데릭 오버마이어, 바스티안 오버마이어: 이후 기자) 어떻게 지냈나? 안전한가?

(존 도)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안전하다. 우리는 매우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고, 그것이 가끔 나를 압박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꽤 잘 지내고 있고 운도 좋다고 생각한다.

(기자) 당신은 지난 6년간 침묵을 지켰다. 국가 수반이나 정부 지도자,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의 비밀스런 역외 거래를 들춰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나?

(존 도) 다른 많은 내부고발자도 그랬겠지만, 나도 내가 한 일을 인정받고자 하는 문제를 두고 종종 고민했다. 그러나 명성을 얻는 것은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그 단계에서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누군가가 파나마 페이퍼스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내가 충분히 오래 생존하는 것이었다. 모색 폰세카에서 내가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렸다. 마치 총알이 장전된 총의 총열을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실행에 옮겼다

(기자) 당신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에 연락했고, 이는 ICIJ주관 하에 400명 넘은 기자의 국제 협업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당신이 우리에게 연락할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존 도) 내가 당신을 접촉했을 때,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심지어 당신이 응답할지조차 몰랐다. 나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언론사 저널리스트에게 연락했으나 모두 관심을 갖지 않았다.(두 언론사는 이 주장에 코멘트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기자) 국제협업팀은 2016년 4월 3일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그날 기분은 어땠나?

(존 도) 그날은 여느 일요일과 다름없었다.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했는데, 에드워드 스노든(2013년 미국국가안전보장국 NSA 요원 시절 NSA의 사찰 기록 등을 폭로한 내부고발자-편집자 주)이 트위터에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기자)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은 우리 탐사보도 프로젝트를 어떻게 알아채고, ‘데이터 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큰 유출 보도’가 출판되기도 전에 이와 관련한 트윗을 날렸다.

(존 도) 나는 소셜미디어에 해당 포스팅이 수천 개씩 퍼지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었었다. 말 그대로 정보가 폭발했다.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것을 화제로 올렸다. 나는 그것을 처음 들은 사람처럼 행동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신원 공개는 죽을 때까지 어려울 듯”

(기자) 많은 전문가들이 파나마 페이퍼스를 ‘워터게이트’와 비교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사건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사임한다-편집자 주)에서 가장 핵심 취재원은 FBI 부국장 마크 펠트였다. 그는 ‘딥 스로트’(Deep Throat)라는 익명에 가려져 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 33년 후(2005년-편집자 주)에 마침내 정체를 밝혔는데…

(존 도) 나는 가끔 마크 펠트와 그가 직면했던 위험의 유형을 생각해 왔다. 내가 처한 위험의 양태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기자) 왜 그런가?

(존 도) 파나마 페이퍼스는 매우 다양한 다국적 범죄 조직 관련 데이터 포함하고 있고, 그들 가운데 일부는 여러 정부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내 신원을 밝힐 경우 계속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크 펠트는 당초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보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정도 지나서 사임했고, 권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그룹 가운데 일부는 아마 5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자)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당신의 역할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나?

(존 도) 보도가 나온 뒤, 내가 가장 아끼는 몇 사람에게만 말했다.

(기자) 그렇게 당신은 6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제 와서 입을 여는 이유는 뭔가?

(존 도) 지난 6년 동안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이 세상이 점점 더 파국을 향해 달리는 것 같았고, 개입을 시도해야 할 필요가 더욱 시급해 보였을 때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몇 가지 요인에 균형을 맞춰야 했다.

(기자) 그게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건가?

(존 도) 첫번째는 물론 나와 가족의 물리적 안전이다. 두번째는 이 세상이 자신의 관점을 알리려고 시도하는 목소리들의 불협화음에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 말이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를, 또 도널드 트럼프가 날린 다음 트윗에 묻혀버리지 않기를 원했다. 2016년 발표한 성명서에서 나는 내가 목격한 것을 바탕으로 "심각한 불안정이 곧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피력한 바 있다. 나는 그 불안정이 마침내 도래한 것 같아 두렵다.

(기자) 어떤 불안정성을 의미하는 건가?

(존 도) 전 세계에서 파시즘과 권위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필리핀 등에서. 특히 지금은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과거에 여러 차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절실하게 필요할 때는 최악의 정권을 상대로 균형자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그 균형자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도피처는 책임을 져야할 주체를 가리고 끔찍한 일을 초래한다 ”

(기자) 조세도피처는 독재 정권의 권력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존 도) 푸틴은 예전의 히틀러보다 미국에 더 위협적인 존재다. 그리고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는 푸틴의 가장 친한 친구다. 우크라이나의 쇼핑센터에 미사일을 날리고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는 것은 러시아 군에 자금을 대는 페이퍼컴퍼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 미성년 광부들을 죽음에 내모는 것은 배후의 중국 거대기업을 위장해주는 페이퍼컴퍼니다. 조세도피처 유령회사들은 사회에서 책임을 져야할 주체를 가려줌으로써 이런 끔찍한 일들을 낳고, 또 더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나 책임성이 사라지면 사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파나마 페이퍼스의 의미가 더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푸틴의 오랜 절친 가운데 한 명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푸틴의 해외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인물-편집자 주)은 지난 2월 말 EU 제재를 받았다. 주된 제재 사유는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발견된 것과 같다. 적어도 문서상 롤두긴은 푸틴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고 수십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은 이런 상황 전개를 어떻게 생각하나?

(존 도) 롤두긴이 제재 대상이 됐다는 것을 보고 기뻤다. 훌륭한 조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세르게이 롤두긴(맨 오른쪽)

(기자) 혹시 러시아의 보복이 걱정되는가? 

(존 도) 러시아 정부가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투데이’(RT, 러시아의 국제보도 전문채널-편집자 주)가 축소되기 전, 이 매체는 오프닝 크레디트에 고문에 의해 머리를 다친 ‘존 도’ 캐릭터가 나오는 2부작 파나마 페이퍼스 다큐드라마를 방영한 바 있다.  오프닝 크레디트는 만화로 그린 배가 존 도가 흘린 피의 웅덩이를 마치 파나마 운하인 것처럼 항해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기괴하고 촌스럽더라도 그것의 의미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파나마 페이퍼스 데이터에 나오는 몰타 고위정치인의 부패를 집중 보도하던 중 2017년 10월 차량 폭발 테러로 사망-편집자 주))와 얀 쿠차크(슬로바키아 고위정치인과 연결된 기업가들의 탈세 등을 취재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2018년 2월 자신의 집에서 약혼자와 함께 총에 맞아 사망-편집자 주)의 비극처럼, 역외 계좌 및 조세도피처가 살인으로 연결된 사례를 봐왔다. 그들의 죽음은 나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EU에 다프네와 얀, 그들의 가족을 위해 정의를 내려줄 것을, 그리고 예전 모색 폰세카의 사업권역 중 하나였던 몰타에 법치를 이뤄줄 것을 요구한다.

“독일 당국에 협력했으나 그들이 합의 위반해…신뢰 깨졌다”

(기자) 지난 2017년, 독일 연방경찰은 모색 폰세카와 익명의 소스로부터 수많은 문서를 입수했다.

(존 도) 그 익명의 소스는 나였다. 처음부터 나는 정부 당국과 협력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나오는 범죄 행위는 기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에겐 명백해 보였다. 또 무엇보다 독일 정부는 나와 내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얼마 뒤 우리는 공정해 보이는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독일 정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합의를 위반했고, 내 입장에서 볼 때 나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독일 정부의 보증을 신뢰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신은 5백만 유로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왜 독일 연방경찰에 불만이 있나? 

(존 도)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독일 연방경찰이 자료를 입수하고 난 뒤 나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홀로 남겨졌다. 내 안전에 대한 위협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를린에서 대낮에 FSB(러시아 연방보안국, KGB의 후신)가 관련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건 나였을 수도 있다. 둘째, 독일 정부는 우리가 동의한 재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셋째, 독일 연방경찰은 파나마 페이퍼스를 넘어 역외 세계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반복해서 거절했다.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독일 연방경찰은 이 주장에 대해 코멘트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기자) 그래서 독일 당국이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존 도) 솔직히 말해 독일 당국은 약간의 보호책을 제안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 하나의 실수만 있어도 처참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여러 이유로, 특히 시간이 갈수록 나는 독일 당국의 전반적인 접근 방식이 불편해졌다. 만약 독일 정부가 진정으로 파나마 페이퍼스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나는 그것이 훨씬 다르게 다뤄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자) 당신이 BKA(독일연방 범죄수사청)에 요구한 게 정확히 뭔가? 증인 보호? 새로운 신원? 아니면 더 많은 돈?

(존 도) 나는 단지 그들이 우리가 동의한 재무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겠다.

(기자) 독일 경찰은 모색 폰세카 데이터를 수십 개 국가와 공유했지만 해당 국가의 시민과 관련한 데이터로 제한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러시아 올리가르히 관련 데이터는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범죄 혐의로 조사 받지 않는 이상 러시아 당국과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책으로 서방 당국이 이들에게 경제 제재를 가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황당한 상황이다.

(존 도) 안타깝게도 독일이나 미국 정부 모두 파나마 페이퍼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그들은 요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서방 정부가 푸틴과 관련한 호화 요트를 압수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상황 등을 비꼬는 말-편집자 주). 솔직히 요트는 상징적 가치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역외 회사와 신탁이 중요하다. 제재는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런 역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활용하는 유형의 행위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미국 영토에 있는 역외 법인 사무실을 급습할 수 있다. 그들에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기자) 러시아 엘리트들은 복잡한 역외 설계 통해 호화 주택, 요트, 제트기 및 기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일상적으로 숨기고 있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존 도) 나는 서방 세계가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을 성가시기는 하지만 경제적 인센티브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왔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도 그것은 효과가 없었다. 역외 세계의 비밀을 푸는 목표에는 현대판 맨해튼 프로젝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주도한 원자폭탄 개발 계획-편집자 주)처럼 정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연산 능력은 명백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정치인의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별 증거를 보지 못했다.

“조세도피처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의지 없어”

(기자) 러시아에서는 왜 내부고발자가 없을까?

(존 도) 용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고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목소리를 듣기 위해 누군가가 그곳에 있어야 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도 있어야 한다. 푸틴이 용감한 사람을 죽이고 투옥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러시아 같은 곳에서 그런 자유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기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러시아에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푸틴 정부가 부패했다고 비난하지만, 미국에 가면 재판(스노든은 NSA 기밀 폭로로 반역 및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다-편집자 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존 도) 스노든은 러시아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을 상대로 벌여온 정보 전쟁의 퍼즐 조각이다. 만약 미국 정보기관이 그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공개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그를 사면하고 귀국을 환영해야 한다. 정말 간단한 문제다.

(기자) 모색 폰세카 데이터 유출의 영향력에 얼마나 만족하나?

(존 도) 파나마 페이퍼스의 결과물은 경이로웠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는 전례가 없는 성과를 이뤄냈다.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의 결과로 중대한 개혁이 이뤄지게 돼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이후 대규모 국제협업이 잇따랐다는 점(2017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2021년 판도라페이퍼스 프로젝트 등을 지칭-편집자 주)도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나는 한 로펌의 자료를 공개한다고 해서 인간의 본성을 바꾼다거나 글로벌 부패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반드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부터 앵귈라, 세이셸, 라부안, 델라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법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등록소가 필요하다. 이제 만약 여러분이 여기에 저항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바로 퇴출시켜야 할 정치인이 내는 소리다.

뉴스타파는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국제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의 조세도피처 유령회사 폭로 보도 등 수십 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자) 2016년 이후 수천 건의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아직 더 주목해야 할 이야기가 있나?

(존 도) 아직 다뤄지지 않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하나 떠오르는 건 백지수표책을 갖고 있던 한 신탁이다. 콜롬비아의 한 컨설팅 업체가 마약 카르텔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보였다. 이 신탁에 미국의 대형 은행이 파나마 은행과의 환거래은행 계좌를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이들의 수표에는 수취인 이름이 타자로 입력돼 있었다.

(기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당신 사례를 내부고발자에게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신의 제보는 큰 임팩트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고 자유롭다. 당신도 그렇다고 보나?

(존 도) 완벽한 건 하나도 없지만, 나는 모든 것이 잘 풀렸다는 점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익명으로 남아 있으면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비용도 생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 도청 폭로 때 자신을 드러내고 한 방식과는 달리 나는 대중의 관심 속에 이 이슈를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 물론 스노든은 그 대가로 그의 자유를 어느 정도 희생해야 했다. 항상 오고가는 게 있다.

“폭로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주저 없이 내부 고발 선택할 것”

(기자) 내부고발에 대해 배운 건 뭔가?

(존 도) 가장 중요한 점은 나 같은 사례가 드물기는 하지만, 주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도 좋은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려면 많은 일을 해야하고 또 많은 운이 필요하다.

(기자) 잠재적 내부고발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존 도)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과소평가된 요소를 하나 말하고 싶다. 바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다. 여러분이 언론인과 이야기하든, 정부 당국자와 이야기하든, 모든 것이 매우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냥 숨 쉬면서 가끔 다른 생각할 것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

(기자) 시간을 돌려 당시로 간다면, 호루라기를 다시 불 수 있겠나?

(존 도) 추호의 망설임 없이 다시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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