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보조금' 발판 삼아 생산기지 대전환..TSMC 추격 앞당긴다
美, 500억弗대 보조금 입법 추진
삼성, 초장기 투자로 의회에 구애
稅혜택 편입땐 파운드리 등 탄력
美도 일자리·제조업 혁신 '윈윈'
한미 '반도체 동맹' 급물살 탈듯
20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감사관실이 공개한 삼성전자(005930)의 1921억 달러(약 252조 6000억 원) 규모 반도체 공장 신설 계획은 표면적으로는 테일러 교육구, 매너 교육구 등을 겨냥한 구상이다. 2046년까지 텍사스주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게 계획의 1차 목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오스틴 2곳, 테일러 9곳에 짓기로 한 반도체 공장 중 일부를 2034년께 완공·가동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이후 10여 년에 걸쳐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 외에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도 세제 혜택 만료를 앞두고 5월 텍사스주에 세금 감면 프로그램 ‘챕터 313’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자를 늘린 데 대해 삼성에 감사한다”며 “새 공장들은 텍사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대미(對美) 투자 계획 이면에는 텍사스주를 넘어 미국 중앙정부와 의회를 향한 구애까지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했다. 조 바이든 정부와 미국 의회가 최근 자국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는 상황을 적극 고려한 조치라는 진단이다. 특정 주(州)만을 염두에 뒀다고 보기에는 2046년이라는 초장기 기간과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을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 상원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처리 논의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상원은 19일 진행된 표결에서 64 대 34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관련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 내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 기업에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한국과 대만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나 TSMC가 미국 내에서 생산을 늘리는 게 자기들에게 이득이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WSJ에 “새 공장들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신청서에 담은 투자 제안은 미국 사업 확장의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기 계획 절차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장기 투자 계획이 미국 중앙·지방정부를 움직일 경우 한국과 미국 간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올 초 우리 정부와 기업에 이른바 ‘칩(Chip)4 동맹’을 제안한 바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이 배타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요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올 5월 20일 첫 방한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공장부터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에 직접 서명도 했다. 이달 초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확정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 대상에 편입될 경우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구상을 앞당길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에서 TSMC에 크게 밀리는 상태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TSMC의 점유율은 53.6%로 지난해 4분기의 52.1%에서 더 늘어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3%에서 16.3%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TSMC는 11.3% 증가한 175억 29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삼성전자는 55억 4400만 달러에서 53억 2800만 달러로 3.9% 감소했다. SMIC·화훙그룹·넥스칩이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6위, 9위에 오르는 등 중국 업체들이 약진한 점도 삼성전자에는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상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변혁하고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미국에는 21세기 전 세계의 혁신을 선도할 능력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내 일자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는 의회가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을 통과시킬 능력을 갖췄느냐에 달렸다”며 미 의회를 압박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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