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에 맞서라] 박용진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위험요소"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어대명' 기류가 흐르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것이다. 이 기류를 바꾸기 위해 출마선언 당시부터 '단일화'를 제안한 사람이 있다.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19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단일화와 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당이 갈 길이든, 단일화든 민심을 따라야 한다"며 "당심도 결국 민심을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용진의 확장성은 민심을 따라가는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무기"라며 "민주당다운 정치를 해봤지만, 중도에도 통하고 보수에도 통한다"고 어필했다. 특정 진영이 아닌 범진보와 범보수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는 자신만이 당대표에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과 진보계열에서 지지율이 높은 이 의원과 차별화된 지점이라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박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다 같이 함께하는 정치를 모토로 삼고 있다. 그는 "정치는 민주당의 민주당의 동료 의원들, 동료 정치인들과 함께 나아가는 정치"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그 과정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의미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입답.
-이 의원에게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한 당권 후보로도 꼽힌다. 최근에는 '사법리스크는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이후 페이스북에 환영 논평을 냈고, 이 대표의 "당의 토대는 국민의 신임" 발언에 대해 공감했다.
"사법 리스크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맞고,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대해 같은 후보로서 환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된다. 그래서 제가 일전에도 정당은 당원 못지 않게 또한 국민의 것이라고도 말씀드렸다. 이 의원과의 혁신경쟁, 잘하기 경쟁을 통해 우리 민주당의 쇄신의 내용이 보다 풍부해질 것이기에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그의 사법리스크는 또한 우리 당 전체의 우환이 될 수 있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그 두 가지는 공존한다."
-어대명 기류에 맞서기 위한 대안으로 97세대 단일화를 주장하셨다. 후보 '박용진' 중심의 단일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딱히 저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의미하진 않았다. 다만 당의 갈 길이든, 단일화든 전 민심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당심도 결국 민심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박용진의 확장성은 민심을 따라가는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무기이다. 박용진은 누구보다 민주당을 사랑하고, 민주당다운 정치를 해왔지만, 또 한편으로 중도에도 통하고 보수에도 통한다. 그게 여론조사 지표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전 '이기는 정당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어떤 비전을 만들어갈지 모두와 함께 이야기하며 당의 역동성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 '박용진'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단일화를 염두에 둔 적은 없는가.
"후보로 나온 누구나 다른 후보에게 힘을 보태주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다. 민심을 따르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이기는 정당으로 가기 위해 우린 어떤 공통의 가치와 비전을 갖고 힘을 합쳐야 하는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역동성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 부분이 가장 관건이라고 본다."
-정치권 일각에선 '97세대'와 '86그룹'이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용진은 국회 들어와서 '내가 운동권'이라 말한 적이 없다. 유치원 3법, 재벌개혁 의제 등도 상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과 제도에 집중해서 얻은 성과다. 86세대가 이룬 민주주의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이제 우리 앞에는 산업대전환에 따라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런 문제는 더 복잡해져서, 더 이상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노동자를 위해 올렸더니, 실제론 을과 을의 대립이 더 심해졌다.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선명한 주장과 구호가 아닌 끝없는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위한 끈기가 필요하다. 저는 이 지점에서 86세대와 97세대가 차별화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당내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악성팬덤과 정치훌리건, 좌표부대들의 준동을 막고 민주당을 다양성과 토론이 살아있는 민주당, 자유로운 정치적 의견이 보장되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악성팬덤은 문자폭탄을 보내고, '수박'이란 말을 쓰며 같은 당 정치인들의 입을 막는 행태를 보인다. 팬덤은 우리 정치를 더 풍족하게 하는 좋은 것이지만, 악성팬덤은 우리 정치를 타인의 입을 막아버림으로써 퇴행시킨다."
-당내에서 가장 쓴소리를 많이 했던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저는 쓴소리라기보단 할 말하고 할 일 했다는 표현을 더 주로 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저는 민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민심과 멀어지길 원치 않기 때문에 할 말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솔직히 어렵다. 문자폭탄 받고, 당내에서 반대가 많아지고, 이러면 정치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당 대표가 된다면 다양한 의견을 분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계획은 있는가.
"결국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명예훼손, 욕설 등 좌표부대, 악성팬덤들의 폭력에 대해 단호히 제재하는 것이 가장 1순위의 대책이다. 한편으로, 당원자치회 등 그간 민주당 개혁을 위한 많은 혁신안들이 있었다. 당선 즉시 민주당 혁신위원회를 가동해 당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자유롭고 풍부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여러 의제와 장치들을 강구할 것이다."
-박용진이 민주당에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가장 두드러지게 말씀드릴 것은 민심과 통하는 혁신이다. 민심을 중심으로 이기는 혁신을 할 것이다. 시끄러운 소수에 가까운 악성팬덤이 아니라, 조용한 다수, 돈도, 빽도, 시간도 없는 열심히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정당으로 민주당을 변모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상황논리에 따라 소탐대실하는 정치를 끝내고,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될 것이다. 청년이 토사구팽당하지 않는 청년정당, 국제적감각을 갖추고 국민의힘과 아웅다웅하는 게 아니라 미국 민주당, 독일 사민당, 중국 공산당 등과 경쟁하는 국제정당, 민생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갖춘 경제정당,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연대정당으로 민주당은 변화할 것이다."
-끝으로 당대표가 되면 꼭 하고 싶은 공약 하나만 소개해달라.
"당선 즉시 청년정치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 1518청소년위원회를 설치해 청소년이 건강한 시민, 정치적 자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 민주당의 다음 10년을 이끌 새로운 세대를 형성하겠다. 이들을 통해 민주당의 다음 10년은 좀 더 건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청년정치기금 등 독립적 재정편성권이 보장된 청년당, 만 16-39세 당원이 선출하는 청년당의 대표가 민주당의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당을 바꾸겠다. 민주당은 청년들의 정당이어야 한다. 꼭 하고 싶은 공약이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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