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백현동 개발, 민간업체에 수천억원 몰아준 특혜 사업"(종합)
이재명 "잘 추진되고 있죠?" 월례회의서 직접 물었다는 진술도
"산지 51.3m 깎고 지은 옹벽, 산지관리법 위반"
이재명측 "이것이 특혜라면 박근혜 정부는 특혜 강요죄 해당" 반발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감사원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사업에서 성남시가 민간에 수천억원대 이익을 몰아주는 비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무리한 옹벽 설치를 포함해 이 사업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직원 총 11명의 비위를 확인했지만, 징계 기한이 지난 탓에 관련 내용을 인사 자료로만 남기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개발 구역의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는 "청구기간이 경과했다"며 감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고문 측은 입장문을 내고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성남시가 정부 요청을 이행한 것이 특혜라면, 박근혜 정부는 특혜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성남도개공이 사업 참여 안 해 개발사가 3천억 이익 독차지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의 제안에 따라 2015년 백현동에 있는 연구원 부지 11만1천265㎡의 용도지역을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어 민간사업자 A사는 이 부지를 1천223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연구개발(R&D) 시설용지, 공원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지역의 용도를 변경할 때는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성남도개공이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받는 것이 조건이었지만 성남시와 성남도개공 모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여기에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성남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을 추진하면서 성남도개공의 개발사업 참여 조건을 '필요 없다'며 임의로 누락하거나 성남도개공에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의 사업참여 의사가 없다'고 간주하는 등 업무 해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성남도개공 본부장 등 임원들은 '동향만 파악하라'며 사업 참여 검토를 소극적으로 지시하고 업무 담당자들도 개발 진행상황만 파악·관리하는 등 사업참여 시기를 고의로 지연했다"고 설명했다.
성남도개공이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A사는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
작년 감사보고서 기준 이 회사의 개발이익은 3천142억원에 달하며, 성남도개공이 10%라도 지분참여를 했다면 314억원의 배당이익을 볼 수 있었는데 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재명, 회의 때 과장에게 "잘 추진되고 있죠?" 물어
이번 감사 대상 사업은 2015∼2017년 진행됐다.
다만 감사보고서에는 당시 시장이었던 이 고문의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으며 '시장'이라는 표현으로만 등장했다.
이 사업의 결재, 보고 대상자가 시장이었다는 표현이 다수 언급됐다.
감사 과정에서는 당시 이 고문이 백현동 사업 추진 과정과 관련해 관심을 보였다는 성남시 직원의 진술도 나왔다.
성남시 B과장은 "2016년 초 성남시 월례보고회의에서 시장이 회의 주제도 아닌 한국식품연구원 관련 업무를 어디서 담당하는지 물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이 때 다른 과장 C씨가 자기 부서에서 추진한다고 말하자 이재명 시장이 "잘 추진되고 있죠?"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B과장은 "이를 듣고 '(성남도개공 참여와 관련해) 뭔가 얘기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감사원에 전했다.
이같은 진술은 성남도개공의 개발사업 참여가 땅 용도 변경의 이행조건이라는 사실이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논의 내용에서 빠진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감사원은 B과장의 발언 내용이 "공사 사업참여 여부 등 진행상황을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C과장과 상충하는 진술이었다"고 보고서 각주에 적었다.
민간임대→일반분양 전환, 이재명 당시 시장이 결재
A사가 아파트 전체를 민간 임대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민간임대 10%, 분양주택 90%로 대폭 변경할 때도 성남시의 봐주기 결정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A사가 2015년 12월 아파트 민간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 요청하자 성남시는 내부 부서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자의 추가이익은 분석하지도 않은 채 '임대는 강제가 아니다'라며 이를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일반분양 변경에 따른 추가이익은 최소 256억원에서 최대 641억원"이라며 "성남시가 지구단위계획이 입안되기도 전에 이를 시장의 결재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사업 도중 성남시가 A사에게만 유리한 기부채납 교환을 결정해 시에 손실을 초래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개발부지 중 R&D 용지의 절반인 1만6천948㎡에 R&D센터 건물을 짓고서 A사로부터 땅과 건물을 기부채납 받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용지 일부가 원형보전지로 지정되자 A사는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이 땅을 R&D센터 대신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교환을 추진했고 성남시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성남시는 원형보전지인 잔여 R&D 용지의 가격을 주변 오피스텔 시세와 비교해 385억원으로 높게 산출하는 등 기부채납 교환이 성남시에 28억 원 이익인 것처럼 부당하게 검토했다"며 "실제 감정평가사례를 기준으로 잔여 R&D 용지의 가치는 66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시에 291억원 상당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아파트 단지의 초대형 옹벽도 위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혔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비탈면 수직 높이는 15m로 제한되는데도 시행사는 최대 51.3m 높이로 산지를 깎고 아파트를 그대로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옹벽은 민·관 전문가로부터 구조 안전성을 재확인받고 안전 보강 조치를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성남시에 통보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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