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잘못 매긴 공무원, 상여금 깎겠다"..국세청장의 결단
"경제위기 속 국민 부담 덜어야"
조세심판 패소율 높으면 불이익
국세청은 22일 세종 본청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청장, 세무관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방침은 직원별로 행정소송 패소율과 패소 사건의 귀책 여부를 분석해 인사와 성과 보상에 철저히 반영하겠다는 점이다. 패소율이 높은 공무원은 특별승진과 표창을 제한하고 상여금을 삭감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반면 우수 직원에게는 상여금을 가산하고 전보 인사 때 우대하며 표창을 주는 방식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또한 고액 행정소송 등 중요 사건은 최종 과세유지를 담당하는 송무조직에서 조사팀에 과세 전 법리 검토 의견을 제공하는 절차를 신설해 불확실성을 줄이기로 했다.
국세청이 행정소송 결과와 직원 상여금 등 인사 평가를 연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단 세게 과세하고 보자'는 식의 징벌적 과세를 줄이고 납세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세정을 정착시키기 위해 세무 공무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라는 충격 요법을 꺼내든 셈이다. 김 청장은 "과세 품질은 높이고 기업 경영을 위축하지 않는 방향으로 세정을 펼치라"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물가와 복합 위기를 맞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올해 세무조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 연평균 1만6603건의 세무조사를 벌였던 국세청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에는 평균 세무조사 건수를 1만4322건으로 줄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조사를 줄여 역대 최저 수준인 1만4000여 건을 실시하겠다는 게 국세청 계획이다.
김 청장은 "국세청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복합 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국민 신뢰는 공정하고 투명한 국세 행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과세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극복 발 맞추는 국세청
납세자 상대 조세행정소송
국세청 패소율 다시 상승세
조세 신뢰성 회복 필요성 커져
올해 세무조사 역대 최저로
소상공인 332만명 조사 연기
현재 복합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업 경기가 살아나는 게 필수적이다. 경영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무리한 과세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세청 일선 직원들의 과세 태도와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국세청은 직원들이 내부 평가에 민감하다는 점에 착안해 행정 소송 패소율과 성과 평가를 연계하는 실험에 나섰다.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직원 성과를 평가해 S, A, B, C, D 등 다섯 등급으로 나눠 매년 2~3월 차등적으로 성과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 고액 세금에 대해 청구된 조세심판에서는 패소 비율이 더 높다.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청구돼 처리된 100억원 이상 내국세 사건 81건 가운데 인용(국세청 패소)된 건은 44건으로 인용률(패소율)이 54.3%에 달했다. 조세심판 사건 인용률은 2017년 54.9%에서 2018년 31.8%, 2019년 39.8%, 2020년 27.8%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54.3%로 다시 급격히 올랐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행정소송 패소율 등이 높아지며 조세와 관련해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민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세청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세청은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올해 1만4000여 건으로 세무조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매출이 감소해 방역지원금을 받은 소기업·소상공인 332만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신고 내용 확인을 면제하고 정기 세무조사도 미룬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차세대 원자력발전·수소·바이오 등 초격차 전략기술과 녹색 신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 기한 연장과 납세담보 면제 등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방청에 인수·합병(M&A) 지원 전담반을 설치하고,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주류 관련 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일부 협약 기업에만 제공하던 공제·감면 적용 세무 컨설팅은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전국 세무관서장들에게 "우리 경제의 위급한 상황을 이겨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반드시 구현해 국가적 위기 극복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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