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주도 9명에 체포영장..韓총리 "어떤 불법에도 엄정 대응"
尹 "개혁엔 기득권 저항 따라
국민 바라는건 이념 아닌 민생"
8000억 손실·협력사 7곳 도산
결론 못낸 손배소 불씨로 남아
점거 풀린 도크, 오늘 진수 재개
본격 조업 정상화는 2주 걸려
◆ 대우조선 파업 종료 ◆
협상 관련 결정 권한을 전면 위임받은 대표단이 합의를 함에 따라 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면서 선박 진수(進水)를 위해 옥포조선소 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에 물을 넣는 작업도 이날 재개됐다. 23일 오후에는 도크 내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진수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도크 정상화 작업은 2주간의 하계휴가 뒤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파업으로 대우조선과 하청업체들이 입은 피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파업 중단 담화 발표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변했다. 당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하청 노조를 향해 '노동3권을 충분히 주장하되 쟁의행위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번 파업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이후 18일에는 기획재정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들까지 가세해 2차 담화문을 내고 형사처벌과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반면 두 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노사를 면담한 이정식 장관은 설득 과정에서 어느 한쪽에 편향된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역시 "손배소 등 민사와 관련된 부분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파업 문제 해결은 원칙적으로 노사 자율에 맡기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소에서 '쇳밥' 먹는 사람이 도크를 점거하고, 진수 작업을 한 달 넘게 막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주 특수'로 올해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컸던 대우조선은 51일간 이어진 하청지회 파업으로 찬물을 뒤집어쓰게 됐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가 협상 8일 만에 합의에 이른 것은 손해배상 책임 문제를 놓고 사측이 일단 물러선 점이 작용했다. 하청업체 사측은 협상 타결 이후부터는 노조 측에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되, 또 불법 행위가 발생한다면 이번 건을 포함해 책임을 묻겠다는 수준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원청 기업인 대우조선은 강경한 입장이다. 수천억 원 규모 피해를 덮어두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이번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새 정부에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포퓰리즘적인 인기영합 정책이 아니라 힘이 들어도 나라의 새 도약을 위한 기틀을 바로 세우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개혁 과제임에도 기득권 저항이 예상되는 것도 많다"면서 "연금, 노동, 교육 개혁 등 핵심 개혁 과제는 국민이 우리 정부에 명령한 사항으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 어려움이 있지만 원칙을 지키며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노사를 막론하고 어떤 종류의 불법에도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파업 적극 가담자 9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1㎥ 크기의 철 구조물 안에서 31일째 농성한 유최안 하청업체 노조 부지회장 외 집행부 2명과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벌여온 조합원 6명이다. 다만 이들은 장기간 농성으로 건강상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우선 병원 진료부터 받도록 할 계획이다. 경찰은 "스스로 경찰에 출석하면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거제 = 최승균 기자 / 서울 = 문광민 기자 / 한우람 기자 / 김희래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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