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로 CEO 중징계는 부당"..금융사 'DLF 굴레' 벗는다

문일호 2022. 7.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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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DLF 징계' 2심서도 승소
금감원 상고 여부 상관없이
사실상 승소 확정 분위기
회장직 연임에도 청신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2심 판결에 영향 미칠 듯
사모펀드 중징계 증권CEO
법적압박 해소될지도 관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금융권에선 당국의 상고(3심 대법원) 여부와 상관없이 DLF와 관련한 소송이 금융사의 승리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DLF를 비롯한 라임 등 사모펀드에 대한 징계가 걸려 있는 하나금융,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재판에도 유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경우 금융권 지배구조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행정8-1부는 22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 경고는 취소된다.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은 금융권 취업 제한을 벗어나면서 연임이 가능해졌다. DLF는 금리 환율 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DLF 사태가 불거졌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2월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라는 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3년에 걸친 DLF 사태의 서막을 알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손 회장은 곧바로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금감원이 손 회장 징계의 근거로 삼은 것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다. 여기에는 DLF와 같은 금융상품 판매 전반에 걸쳐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행령이 있어서 당국이 이를 근거로 CEO도 징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내부 통제 기준은 자율 규제 사항이며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안 된다는 해석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여부는 제재 사유도 아니고, 주요 쟁점도 아니었다"며 "은행 내부 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에 흠결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만 갖고선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당국 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9년 12월 당국의 중징계 결정에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DLF와 같은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를 앞둔 CEO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지난 3월 법원은 같은 DLF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해선 중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금융권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손 회장이 승소한 만큼 함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각각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 경고 처분을 금감원에서 받은 바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역시 작년 3월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이들 CEO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사법적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최종 징계 결정을 미뤄왔다. 금융사 CEO 징계 수위는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이번에 DLF 판결이 나오면서 다른 사모펀드 관련 CEO들의 법적 리스크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변수는 금감원의 대법원 항소 여부다. 항소할 경우 또다시 금융사 CEO들에 대한 징계 일정이 밀리게 된다. 이날 금융당국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해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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