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기업 울리는 징벌적 과세에 자발적 제동..타부처에도 영향줄 듯

김정환 2022. 7.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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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발 맞추는 국세청
납세자 상대 조세행정소송
국세청 패소율 다시 상승세
조세 신뢰성 회복 필요성 커져
올해 세무조사 역대 최저로
소상공인 332만명 조사 연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김창기 국세청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박수 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세청이 올해 성과 평가 체계를 고쳐 내년부터 조세 행정소송 패소율이 높은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것은 기업들을 울리는 징벌적 과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기업 제재의 칼을 쥐고 있는 다른 정부 부처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합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기업 경기가 살아나는 게 필수적이다. 경영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무리한 과세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세청 일선 직원들의 과세 태도와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국세청은 직원들이 내부 평가에 민감하다는 점에 착안해 행정 소송 패소율과 성과 평가를 연계하는 실험에 나섰다.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직원 성과를 평가해 S, A, B, C, D 등 다섯 등급으로 나눠 매년 2~3월 차등적으로 성과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조사 인력이 가장 많은 6급 직원을 기준으로 보면 최상위인 S등급 상여금이 612만원이고 최하위인 D등급이 245만원으로 367만원의 차이가 있다. 국세청은 패소율 성과에 따라 상여금 1~2등급이 조정될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세청이 납세자와 벌인 조세 행정소송에 패소하는 비율은 재차 늘고 있다. 국세청은 2017년 전체 1842건의 소송 가운데 210건에서 져 패소율 11.4%를 기록한 후 2019년까지 꾸준히 11%대 패소율이 이어졌다. 그러다 코로나19 국면인 2020년 패소율은 9.8%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1.1%로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100억원 이상 고액 세금에 대해 청구된 조세심판에서는 패소 비율이 더 높다.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청구돼 처리된 100억원 이상 내국세 사건 81건 가운데 인용(국세청 패소)된 건은 44건으로 인용률(패소율)이 54.3%에 달했다. 조세심판 사건 인용률은 2017년 54.9%에서 2018년 31.8%, 2019년 39.8%, 2020년 27.8%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54.3%로 다시 급격히 올랐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행정소송 패소율 등이 높아지며 조세와 관련해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민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세청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세청은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올해 1만4000여 건으로 세무조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매출이 감소해 방역지원금을 받은 소기업·소상공인 332만명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신고 내용 확인을 면제하고 정기 세무조사도 미룬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차세대 원자력발전·수소·바이오 등 초격차 전략기술과 녹색 신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 기한 연장과 납세담보 면제 등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방청에 인수·합병(M&A) 지원 전담반을 설치하고,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주류 관련 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일부 협약 기업에만 제공하던 공제·감면 적용 세무 컨설팅은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전국 세무관서장들에게 "우리 경제의 위급한 상황을 이겨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반드시 구현해 국가적 위기 극복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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