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손실에 실리도 얻지 못한 대우조선 하청노조..합의미룬 손배도 '암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가 최종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쟁점인 손해배상 취하건에 대해서는 추후 합의키로 해 여지를 남겼지만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최악의 국면을 피했다. 스스로 갇혀있던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도 철제감옥을 나서게 됐다.
불법파업 끝에 마련된 합의안은 하청지회 측의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노조가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손해배상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책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한 파업 끝에 노조가 얻은것이 많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22일 오후 4시쯤 교섭장을 나서면서 "잠정 합의안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금 인상 4.5% 수용, 폐업업체 직원 고용 승계 등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이던 손해배상 관련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추후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임금인상분은 하청지회가 파업 개시와 함께 요구했던 '지난 5년간 불황을 이유로 30% 넘게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청지회는 또 파업기간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도 얻어내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노조전임 활동도 보장받지 못했다.
현장은 길었던 파업의 득실계산보다 불법파업이 종료됐다는 사실을 반기고 있다. 파업의 상징 격이던 유 부지회장도 곧 병원으로 이송된다. 생산재개를 위한 복구작업도 시작된다.
홍지욱 전국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늦었지만 이렇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고 노사 간 원만하게 잠정합의했음을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며 "거제통영고성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원들과 잠정합의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가결이 되면 완전타결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가결되는 즉시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총회를 즉각 해산하고 제1도크 복구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은 "잠정합의안이 타결되면 노사상생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앞으로 생산이 멈추는 분규가 발생하지않도록 노사 상생발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대우조선협력사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전날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손해배상 취하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결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력 투입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강제 해산 시도 과정에서 인명피해 우려가 어느때보다 컸다.
옥포조선소 1도크 현장은 실제 바닥 면에는 1㎥ 규모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갇혀 시너 두 통을 소지하고 있던 유 부회지회장이, 바닥면에서 15m 높이 철제 난간에 6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가던 터였다.
최대 쟁점이던 손해배상 문제는 아직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노조를 상대로 예고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조와 원청, 고용노동부 등이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18일 교섭에서 사측에 손해배상 및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지난 20일 협상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예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별도로 "민·형사 면책은 개별업체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하면서 맞섰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하루 320억원, 약 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미완의 합의지만 의미는 크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지만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경남경찰청은 전날 부산경찰청 기동대 네 개 중대와 울산경찰청 기동대 두 개 중대를 조선소에 투입했다. 조선소에 긴장이 고조됐다.
특히 22일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고소당한 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4차 출석요구 기한이기도 했다. 여기에 23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만큼 노조가 교섭력 저하를 우려해 돌발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메시지가 결국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동력이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9~20일 모두 현장을 찾았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통상 정부관계자가 현장을 찾을 경우 사측에 양보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는게 현장의 전언이다. 정부도 불법행위 철회를 압박하고 교섭을 독려하는 중재자의 스탠스를 취했다.
경제계는 합의안 도출에 환영의 뜻을 나타나면서도,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쟁점에 합의하고 노조의 불법행위가 중단된 것은 다행스럽다"며 "그럼에도 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회사와 근로자, 지역경제의 피해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되며,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의 첫 걸음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에 있음을 유념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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