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반도체난 뚫고 질주..상반기 영업익 9조 '역대 최대'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이형진 기자 2022. 7.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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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차 많이 팔고 고환율, 인센티브↓ '3대 요인'..글로벌 위상도 급상승
전기차 시장 '퍼스트 무버' 전략 가속..하반기도 역대급 실적 예고
(자료사진)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이형진 기자 =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등에 따른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4~6월)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이른바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호조와 고환율 효과, 미국 딜러 인센티브 급감 등이 외형과 수익성 동반 개선을 이끌었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1~6월) 총 9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은 총 106조원을 넘어섰다. 1998년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특히 현대차, 기아 차종에 대한 해외 인지도 상승과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 상반기 매출 106조·영업익 8조7493억 '역대 최고'…비싼 차 많이 팔고 고환율, 인센티브 급감 한몫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난 35조9999억원, 영업이익은 58%나 증가한 2조97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분기 역대 최대인 31조265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2014년 2분기에 세운 최대치인 2조872억원을 넘어 3조원에 육박했다.

기아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한 21조876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2% 늘어난 2조2341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신기록이다. 기아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권역 판매 중단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와 딜러들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축소, 고환율 효과가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확대됐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97만6350대를 판매했다. 도매 판매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감소했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7.2% 감소한 73만3749대를 팔았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2022.7.15/뉴스1

◇ 전기차 시장 '퍼스트 무버' 멀지 않았다

역대급 실적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위상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JD파워의 신차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7개 차종이 1위에 올랐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300만대로 잡고 전기차 시대의 '톱티어'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대차 187만대, 기아 120만대로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471만7728대)의 65% 수준이다. 이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2%로 올라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티어'가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국내외 전기차 생산시설 대폭 확대에 나선다. 우선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 조지아 공장 가동을 통해 완성차 전세계 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제2의 앨라배마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서도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이 울산 지역에 들어선다. 현대차가 국내에 신규 공장을 짓는 건 지난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만의 일이다. 2023년 착공-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넘버원 PBV(Purpose Built Vehicle·목적 기반 모빌리티) 브랜드'를 선언한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한다. 내년 3월 착공해 2024년 말 완공 예정이며 우선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개발된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의 2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49.1%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도 1년 전 3.5%에서 5.4%로 1.9%p 늘었다. 기아의 2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EV6의 빠른 판매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8.9% 고성장한 13만 3000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전년 대비 8.7%p 상승한 17.7%를 기록했다.

특히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는 현대차 전기차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2022 세계 올해의 차'와 '2022 세계 올해의 전기차',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에 선정됐고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차', 영국 유력 매체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 오버' 등에 잇따라 뽑혔다. 현대차는 전기차 첫 세단인 아이오닉6 판매를 앞두고 있다.

◇ 하반기도 질주 예고…노사리스크도 떨쳤다

통상 3분기 산업계를 뒤흔들던 노조 리스크도 떨쳐낸 현대차그룹의 발걸음은 가볍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로 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기아는 교섭을 진행중이지만 형제격인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원만히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반기 여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인플레이션 확대와 금리 인상 등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하반기 물량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6 출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EV6의 생산량 확대, 국내 시장에서 고성능 전기차 EV6 GT,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상품성 개선 모델 및 신형 스포티지, 유럽 시장에서 신형 니로 등 시장별 핵심 차종이 쏟아져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33조2551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37.13% 증가한 2조2033억원이다. 기아의 3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6.92% 증가한 20조7563억원, 영업이익은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32.09% 증가한 1조7529억원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하반기에도 고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대란도 해소되며 차량 공급 역시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사 리스크도 떨쳐낸 상황에서, 현대차는 물론 기아 역시 친환경차 판매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고 완성도 높은 차가 많이 나오면서 하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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