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연주, 반딧불 조명쇼..청와대에 밤이 열렸다 [Culture]
관저 앞 첼로·가야금 연주
상춘재선 전통공예품 향연
녹지원 반딧불 조명쇼 백미
입장권 응모 경쟁률 '92대1'
내달 1일까지 하루 2회 진행
오후 7시 30분. 아직 해가 지지 않아 밝은 시간대에 청와대 본관을 마주하는 정문이 활짝 열리며 행사는 시작됐다. 대정원과 북악산의 푸른 기운에도 지지 않고 지붕을 덮은 15만장의 청색 기와는 기세등등한 자태를 뽐냈다.
"보통 우리가 청와대 이야기를 하다보면 조선시대를 위주로 생각하는데, 사실 고려시대 때부터 '남경길지설'이라고 해서 이곳이 중요한 땅이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이날 특별 해설자로 동행한 역사학자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관람객들을 인솔하며 청와대의 역사적 배경 설명을 이어갔다. 청와대가 경복궁의 주요 부속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부터 '청와대'라는 이름이 윤보선 전 대통령 때 지어진 사실, 가장 먼저 청와대를 개방하려고 시도한 것은 전두환 정부 때라는 사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부터 국가 수장의 거처였지만 현재의 청와대 형태가 완성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였다는 사실 등 장소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자 관객들 호응이 점점 올라갔다.
청와대를 대표하는 건물인 본관에 들어서자 무거운 느낌의 청색은 사라지고 밝은 느낌의 나뭇빛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수궁 석조전을 연상케 하는 르네상스식 인테리어는 서양 건축양식에 한국적인 멋을 더해 품위를 더했다. 2층을 향하는 중앙계단 위로 펼쳐진 '금강산수도'는 국정에 임하는 국가 원수에게 영감을 주는 듯했다. 심 소장은 "지도를 멀리서 볼 때는 이 나라 하나 운영하는 게 별것 아니겠다 생각하다가도 계단을 오르다보면 나라의 크기가 커져 보이게 된다"며 "대통령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정에 임하게 만들어 주는 장소가 됐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본관 1층에는 주로 영부인이 일상생활을 했던 공간인 '무궁화실'이 있다. 이곳을 거친 역대 영부인들 사진을 마주하자 관람객들은 연이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본관을 나와 대통령 거주지였던 관저로 이동하는 경로에는 수궁(守宮) 터가 있다. 조선시대 왕궁을 지키는 수궁의 자리였던 이곳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총독 관사로 바뀌었고, 광복 이후 미군정 사령부 하지 중장의 거처로 사용된 다음 '경무대'로 이름을 바꿔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됐다. 1991년 청와대 본관을 짓고 1993년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건물을 허물자 그 밑에 숨어 있던 유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외 귀빈에게 우리나라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상춘재'를 공개했다. 의전 행사나 비공식 회의를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이 펼쳐졌던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 내 다른 건물들과 달리 전통 한옥으로 지어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장소로 활용돼왔다.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모든 문을 활짝 개방해 내부에 마련된 백자나 가구 등 전통공예품 96점을 눈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이어지는 청와대 야간 관람은 다음달 1일까지 본행사를 진행한다. 휴무인 화요일을 제외하고 1일 2회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날 관람객으로 참석한 파라과이 출신 디자이너 디아나 씨는 "영화나 뉴스에서 접하던 청와대를 직접 볼 수 있어 좋았고 이런 장소에서 나라의 대소사를 다뤘다니 인상 깊었다"며 "전통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은 진행 상황을 보고 청와대 야간 관람을 지속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김순호 한국문화재재단 청와대문화사업단 팀장은 "청와대 개방 이후 131만명이 다녀갔고 이번 행사도 접수가 진행된 2주 동안 5만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야간 행사를 운영하지만 향후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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