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18년간 800여 명 무료 장례 봉사..강봉희 "무연고 고독사는 '괄호 밖의 생'을 산 분"

최정근 2022. 7.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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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 강봉희 (장례지도사)
-40대 중반 시한부 판정 암 완치 후 장례지도사 봉사 시작..18년째 무연고 800여 명 무료 장례
-애초 연고 없는 사람은 없어..태어날 때 국가가 정리하듯 죽음도 국가가 책임지고 행정지원을 해야
-무연고 고독사하는 분은 사회에서 괄호 밖의 생을 사는 사람들..괄호 안에 집어넣어야
-코로나 사망자 수습, 두려웠지만 아무도 안 하려고 해 기꺼이 봉사..가족 얼굴 못 보고 곧바로 화장, 무척 안타까워

■ 방송시간 : 7월 22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C2xuHAu60MY

◎범기영 금요일 이 시간에 만나는 코너죠? 사만사,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시간입니다. 오늘은 소외된 이들의 마지막 길 보살펴주시는 분이군요.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장례지도사 선생님이군요.

▼이경호 대구 지역에서 장례지도사들과 함께 봉사 단체를 운영하는 분이십니다.

◎범기영 장례지도 하시면서 봉사단 대표를 맡고 있는, 어떤 사연입니까?

▼이경호 강봉희 단장님이신데요. 장례지도사 일을 한 지는 한 18년 되셨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분들이 아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독거노인 혹은 무연고자, 이런 분들만 시신을 수습해 주시는데요. 지금까지 한 800분가량 수습해 주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무료이기 때문에 시신 수습비용은 받지 않고요. 이 일을 강봉희 단장과 또 같이 봉사단 활동하는 단원들끼리 사비로 해오시고 계시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러면 비용 받는 일반 장례는 아예 안 하시는거든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비용 받는 거는 아예 다른 곳으로 알아보라고 하시고 본인은 절대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18년째 이러시면 생계는 어떻게 합니까?

▼이경호 국민연금 받고 계시고요. 또 노령 수당 받고 계시고요. 자녀들이 용돈도 주신다고 합니다.

◎범기영 국민연금 꼭 가입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지자체에서 그래도 이런 활동 하면 지원은 할 것 같은데요?

▼이경호 그게 참 궁금해서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지 않냐고 물어봤더니요.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 또 서류 작성해야 되고 제출해야 되고 증빙해야 되고 이런 작업 굉장히 번거로워서 그 돈 아예 안 받는다고 하십니다.

◎범기영 영상 좀 만나볼까요?

강봉희 단장 올해 70이신데요.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중반에 암 선고를 받으셨고요. 기적적으로 완치된 후에 장례지도사 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제가 몸 건강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어요. 그래서 이제 시한부 인생을 살았어요. 제가 입원해 있는 병동 바로 옆이 장례식장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쳐다보면 시신이 가잖아요. 처음에는 무심했는데 제가 처음에 수술 받을 때 3개월을 못 산다는 그런 판정까지 받았는데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만약 살아나가면, 내가 여기에서 걸어나갈 수만 있다면, 저걸 한번 해볼까?

Q. 고독사·무연고자 장례 봉사를 시작한 계기?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특별한 건 없고요. 일반 장례식은 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해주잖아요. 하고 있고. 저희들은 이제 소외된 사람을 하려고 처음부터 저희도 법인을 설립할 때도 봉사(단체) 설립할 때 뭐냐면 저희들은 정관에 그렇게 들어갔어요, ‘장례를 무료로 치러준다.’ 아예 금전하고는 (관계없다). 정관에 그게 딱 적혀있어요. 이거 (돈 받는 거) 안 한다. 그래서 이제 지금도 취지가 퇴색될까 싶어가지고 돈하고는 관련을 안 시키려고 해요. 그래서 일절 누가 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하지 마세요' 그럽니다. 그러면 '다른 장례지도사한테 부탁하시든지, (다른) 장례식장에 가십시오.'

◎범기영 무연고로 돌아가시는 분들 사연 한 분, 한 분 다들 있으실 텐데요.

▼이경호 한 분, 한 분 안타까운 사연 없는 분이 없으시고요. 또 대부분 무연고자들이 있고 독거노인들이신데, 처음에는 한 20분 정도, 1년에 한 20분 정도 하셨다가 지금 한 1년에 100분 정도 가량 수습을 하신다고 합니다.

◎범기영 많이 늘어났네요.

▼이경호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연고가 없는 분은 없어요. 연고가 (없으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셔야지. 다 연고가 있어요. 그런데 그 가정사거든. 뭐냐면 무연고가 되는 그 가족, 쉽게 말하면 가족 단절이 되니까 무연고가 된다고. 봉사를 나가서 절대 그 유족들한테 무연고 처리를 해가지고 혹시 유족이 따라오더라도 그 유족에 대해서 묻지 말라고. 그건 가족사니까. 우리는 봉사만 하면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고독사에 혼자 살다가 오래 계시다가 시신을 발견한다, 그러면 시신이 험해지잖아... 그런 것은 있지, 가족사에 대해서 저희들이 안 찾으니까. 단지 저희들은 외롭게 돌아가시면 '아... 또 이렇게 가족하고 헤어져서 또 어렵게 사시다 가셨구나' 이제 그렇게만 생각을 하지.

◎범기영 고독사라고 해도 실제로 가족이 있는 경우들도 꽤 되는군요, 그러니까.

▼이경호 대부분 가족이 있으신데 연락이 안 되는 경우겠죠. 그래서 개개인적으로 이렇게 가족에게 책임을 묻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좀 관이나 지자체에서 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강하셨는데요.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국가가 있으면 국민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럼 국가가 국민을 책임을 져줘야지. 그런데 태어나는 거는 그 국가에서 정리를 하더라고. 근데 왜 죽음을 책임을 안 져 주냐 이거야 나라가. 법적으로 국가가 책임진다는 명시는 했어요. 그게 뭐냐면 돌아가시면 우리 사람들, 일반 사람들 돌아가시면 마지막 연고자가 국가예요. 근데 국가에서 장례를 치러줘야 해요. 하는데. 법에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그걸 그렇게까지 행정지원이 안 미쳐지는 거야. 그게 제가 안타깝다 그런 거예요. 저는 돈을 가지고 하라는 것이 아니고 관심을 가져주면 되거든요. 저는 관심이라고 하거든요. 관심을 가져주면, 관심만 가져줘도 그분들이 그렇게는 안 되는데, 그러니까 제가 뭘 이야기하려고 하냐 하면 ‘그분들은 사회에서 괄호 밖의 생을 사는 사람이다.’ 그럼 왜 그 사람을 왜 괄호 안에다 못 집어넣냐 이거지.

◎범기영 사회적 괄호 밖에서 살다가 돌아가시는 분들. 고립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말씀을 계속하시네요.

▼이경호 괄호 밖이라는 그 단어가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그 얘기 한번 또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우리 사회에 사실 고독사 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고 예전부터 많이 나오고 있지만, 또 그럴 때마다 잠깐잠깐 관심 갖자 하고 나서 또다시 시간이 지나면 또 고독사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하면 참 안타까우시겠어요?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저는 그걸 참 안타깝게 생각해요. 뭐냐면. 혼자 사시는 분, 혼자 놔두면 힘들잖아요. 그러면 그분들을 같은 자리에 모셔가지고 같이 안 외롭게 대화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걸 지원해주면 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 혼자서 사시는 노인네들이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타시잖아요. 근데 그것도 같이 계시는 분들도 대화도 하고 그런 게 생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계시다 그러면 딴 생각을 많이 하시게 되잖아요. 그러면 건강도 해치시고. 같이 있을 좀 공간을 해줘야 될 것 아닌가 싶어.

◎범기영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게 추상적일 수 있는데 정말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영국은 이 문제 다루는 정부 부처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로움부. 우리도 좀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분이 그런데 코로나 확산되는 초기에 코로나로 숨진 분들 시신 수습도 이분이 하셨다고요?

▼이경호 기억하시겠지만, 코로나 발생 초기 2020년 초죠? 대구 지역에서 집단 확진자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는데 당시만 해도 정보가 많지 않아서 전염된다는 우려 때문에 코로나 환자 시신을 수습하려는 분들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랬었죠.

▼이경호 그때 처음으로 고인들의 시신을 수습해 주셨던 분들이 강봉희 단장과 그 봉사단원들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때 이야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저도 엄청 두렵죠. 저도 사람인데. 그때 대구에서 코로나 전담 병원이 제일 처음 대구 동산병원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거든요. 동산병원 전담 병원인데 거기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시면 고인을 안 만진다고 그런다. 그러니까 할 사람이 없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되냐. 준비를 해서 갔어요. 그래서 아까 여기 왔던 그 (봉사단) 친구들하고 전화해서 '어떡하냐?' 그러니까 '아 뭐 형님이 하신다, 그러면 하지.' 그래서 그게 시작이야. 아무 뜻도 없이 시작된 거예요. 그냥. 그것도 거기 뭐 누가 돈 준다고 해서 시작된 게 아니고...

당시 20여 구 시신을 수습하셨다고 하고.

고인 얼굴 한 번 뵙지 못하고 화장장으로 곧바로 가야 했던 그런 상황이 굉장히 안타까우셨다고 합니다.


<녹취> 강봉희 / 장례지도사
어떤 분은 그거 책에도 내가 한번 썼지만, 한 분은 돌아가셨는데 이제 아프다 그러니까 그 전에 몸이 좀 안 좋다 하니까 애가, 자식 아들이 외국 유학 가있다가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 왔는데 (아버지가) 코로나가 감염이 돼버려, 근데 병실에서. 병실에서 감염되어버리니까. 쫓아온 거야. 쫓아왔는데 코로나로 돌아가셨다. 고인은 한번 보여 달라, 이거지. 그런데 나도 참 부모라... 그래서 그분은 고인을 보여줬어요. 방호복을 입혀놓고 한 10m 정도 떨어져 가지고 의자 위에 한번 올라서라 그래가지고 그래서 내가 다 풀었어요. 풀어가지고 제가 방호복을 풀어가지고 고인 얼굴을 풀었지. 풀어 얼굴을 보여줬지. 그땐 염을 한 게 아니니까...

◎범기영 참 얼마나 황망했을까요? 만나시면서 어떤 말씀이 좀 가장 기억에 남으시던가요?

▼이경호 아까도 언급을 드렸는데 괄호 밖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 우리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수학 계산할 때도 우리가 보통 괄호 안부터 계산하고 괄호 밖을 계산하지 않습니까?

◎범기영 그렇죠.

▼이경호 그것을 강조하셨는데 한번 생각해볼 좋은 얘기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은데 이렇게 봉사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마무리하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주 사사건건 여기까지고요. 저는 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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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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