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통신조회'에 방울 단 헌재..수사관행 이번엔 바뀔까

심언기 기자 2022. 7. 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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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통제·기구 만들어야" 개정 과정서 진통 예고
수사 밀행성, 민원·예산 급증 우려에 보완책 필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 재판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2.7.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통신조회시 사후 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현행법에 제동을 걸면서 수사 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헌재가 보완입법을 주문한 만큼 법 개정 과정에서 인권·시민단체와 사법·행정기관 간 힘겨루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행위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은 통신영장을 통해 대상 피의자의 통화내역 등을 확보한다. 이후 통신사업자로부터 성명과 전화번호 등을 제공받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지만 이를 거부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또는 통보 없이 수집·제공하는 이같은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헌재는 국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결정에는 지난해 불거진 공수처 사찰 논란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인정보,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상의 변화를 정부기관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통신자료 사후통지 절차는 내년 말까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입법부 또는 행정부를 통한 개정안 입법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후통지 시점과 방법 등 세부 규정을 놓고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통신자료 수집을 심사·통제하는 사법적 기구를 마련하거나, 아예 통신자료 제공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사후통지 제도를 운영해야지 과도한 제약은 업무효율성을 극히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경지검 한 검찰 간부는 "통신자료 통지 의무가 생기면 수사밀행성에 걱정이 된다"며 "현재 수사시 계좌내역 조회 통지를 유예하듯 단서조항으로 일정 기간 사후통지 시점을 조정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뿐 아니라 일선 행정기관 업무 과정에서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각종 행정업무시 통신자료를 조회하거나 이를 타 기관에서 넘겨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일이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려면 업무가 늘 수밖에 없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 행정업무 차원이더라도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통보되면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아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며 "스마트기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문서 등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금액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도기 혼란이 예상되지만 기본인권 보호·보장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견제받지 않아온 수사기관의 저인망식·관행적 통신자료 수집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후통지 규정이 명문화될 경우 이에 대한 문제제기 가능성을 의식한 사정·수사기관도 통신자료 요청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헌재 결정 뒤 입장문을 통해 "국회가 해당 법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경우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외부의 제도적·기술적 통제 장치를 통하여 통신자료 확보 과정에서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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