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까지 교섭, 정회, 또 교섭..치열했던 대우조선 마지막 협상 3일

거제 | 조해람 기자 2022. 7.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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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노사 교섭장 입구에 취재진 출입을 막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재원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사측의 교섭이 진행된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복지센터 건물에는 협상이 타결된 22일까지 긴장이 감돌았다. 노사가 의견차를 좁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전날(21일)부터 들려왔다. 하지만 손해배상 면책이라는 변수가 워낙 크게 작용해 협상은 막판까지 결과를 속단할 수 없었다. 노사 양측은 만약을 대비해 기자들의 질문에도 단정적인 표현을 자제하며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노사 양측 모두 이날을 교섭의 실질적인 데드라인으로 여겼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체가 23일부터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휴가에 앞서 논의를 마무리짓기 위해 양측은 교섭에 총력을 기울였다.

협상 마지막 날까지 조선소로 경찰 버스가 계속 들어오는 등 정부의 공권력 투입 압박이 이어졌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지에서 동원된 경찰 기동대는 서문으로부터 1독(선박건조공간)으로 향하는 길목에 버스를 빙 둘러 정차하고 대기했다. 0.3평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노동자 6명이 점거농성 중인 1독 인근에도 경찰 병력이 속속 배치됐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농성장 인근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문재원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상공에 경찰 헬기가 날고 있다./문재원 기자

교섭은 조선소 서문 인근 서문복지센터 6층 회의실에서 장기간 이어졌다. 금융센터와 의료센터, 사내협력사협의회 등이 위치한 6층짜리 건물은 노사 양측과 취재진들로 북적이며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다.

지난 20일, 임금인상이 아닌 손해배상 등의 민형사상 면책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시작한 양측의 교섭은 노조의 임금 인상률 대폭 양보로 합의점을 찾나 싶었지만, 20일 하청사 측이 이 문제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면서 12시간의 교섭은 소득 없이 끝났다. 노조는 “교섭 진행 과정에서 이야기하지 않던 문제를 사측이 갑자기 들고 나왔다”며 반발했고 대화는 순식간에 경색되는 듯했다.

그러나 양측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다음날인 21일 다시 만났다.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15분까지 정회와 재개를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하며 마라톤 교섭을 이어갔다. 노조 측은 “삭감 임금 회복을 위한 임금 인상률 30%를 사측 요구인 4.5%까지 내렸는데 손해배상까지 양보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50일째를 맞은 지난 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오른쪽)과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협력사 대표 등과 협상이 정회되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문재원 기자

민형사상 면책 여부를 사측이 자체 논의하느라 정회 시간은 1~2시간씩 계속 연기됐다. 하청사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21명에 달하는 하청사 대표들의 의견이 각기 달라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독에서 농성하던 파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아침부터 ‘더 이상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시 파업 1일차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실질적인 데드라인인 22일이 다가올수록 양측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다듬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30분쯤, 교섭이 진행 중인 6층 회의실 문 앞 복도에 앉아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양쪽이 편하게 논의할 수 있게 조금만 바깥쪽으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잠깐의 휴식시간마다 복도로 나오는 노사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 50일째인 지난 21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협력사 대표 등과 협상을 진행하던 중 회의가 정회되자 회의실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문재원 기자

“생수 3묶음을 사왔는데 금방 동났네.” 늦은 밤까지 협상장을 지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가 너스레를 떨었다. 오후 10시20분, 노조 측 교섭단인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복도로 나와 “오늘은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니 (기자들이)퇴근하셔도 된다”며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모두 퇴근한 조선소에서 서문복지센터 건물만 불을 밝혔다. 교섭은 새벽 1시15분까지 진행됐다.

막바지 교섭이 이어진 22일은 오전부터 6층 전체 출입이 통제됐다. 엘리베이터에는 “원활한 교섭을 위해 기자님들의 출입을 통제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온전히 양측의 의견 조율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였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교섭은 9시쯤 정회했다가 11시쯤 재개됐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만났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문복지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잠정적 합의나 결렬이 났다고 (단정적으로) 기사를 쓸 상황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고용승계 문제, 손해배상을 둘러싼 원청의 입장 등을 놓고 협의가 계속됐다.

합의 소식은 조선소 노동자들에게도 즉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이날 서문 인근 흡연실이나 식당에서 “오늘 그래서 진수 한다나?” “1독은 못 하지 않겠나” 등 대화를 나눴다. 파업노동자 7명이 농성 중인 1독 선박 블록 옆 다른 블록에서 지난 20일부터 ‘맞불 고공농성’을 시작한 대우조선 사무직노조원도 이날 지상으로 내려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51일째인 22일 금속노조와 하청사 대표단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잠정합의안을 발표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문재원 기자

잠정합의를 마친 노사 대표단은 오후 4시15분, 옆 건물 2층 교통안전교육장으로 이동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임금인상률을 4.5%로 하고 고용승계에도 합의했지만, 민형사상 책임 문제는 끝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후 협의로 미뤘다.

거제 |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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