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 너무 빨리 커도 조심.."성조숙증 2년간 53% 증가"
성장판 일찍 닫혀 성장 멈춰지므로 최종 신장이 작아지게 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아이들이 기다려 왔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여름방학은 아이의 발달이나 성장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 있을 때 우리 아이가 유독 작아 보였다거나 성장이 지나치게 빨라 걱정됐던 부모라면 여름방학을 기회로 삼아 아이의 성장 속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약해진 건강을 점검해보고 평소 미뤄왔던 치료 기회로 삼고 걱정됐던 부분은 해소하는 여름방학을 보낼 방법을 소개한다.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성조숙증, 원인 파악하고 제대로 검사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차 성징이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아동은 2019년 10만8000여명에서 2021년 16만6000여명으로 최근 2년간 53%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 8세 이전 유방의 발달이 있거나 남자에서 9세 이전에 고환이 4㎖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 아이들은 정상 아이들보다 빨리 성장해 갑자기 성장 속도가 증가(연간 7~8㎝ 이상)한다. 사춘기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잘 자라지만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서 성장이 멈추므로 결국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지게 된다.
최진호 교수는 "최근 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2차 성징을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가 늘어나는 실정이지만 이 경우 최종 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진단이 확실한 경우에만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22일 말했다.
◇특정 음식이 유발하지는 않지만, 비만인 아이들은 주의해야
성조숙증은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구별된다.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조기 활성화돼 일어나는 경우를 진성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높아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자극해 사춘기의 발달이 진행되며 키가 급성장하며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지게 된다.
특히 여아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남아에서는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원인으로는 뇌종양에 의해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를 해야 한다. 뇌종양의 대부분은 과오종이라고 하며 갑자기 웃는 양상의 경련이 동반될 수 있다. 그 외의 원인으로는 뇌염, 뇌수막염, 수두증, 머리 외상 등이 있다.
가성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되지 않고 난소나 그 외 다른 장기에서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난소 내에 낭종이나 종양이 생겨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되거나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이라는 병이 있어도 아이가 빨리 자랄 수 있다.
특정 음식이 성조숙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만인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호르몬이 증가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음식, 튀김류 등 영양은 적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체지방을 높이기 쉬우니 피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챙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장기록이 성조숙증 판단에 중요, 사춘기 시작 전까지 2~4년 치료
성조숙증은 출생체중과 신장, 부모의 키, 사춘기 발현 시기 등을 파악해 진단한다. 최근에 성장이 갑자기 빨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장 기록이 유용하다. 사춘기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아의 경우 유방과 음모 발달 정도, 남아는 고환과 음모 발달 정도다. 필요하면 외래에서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을 포함한 혈액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성조숙증에서는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골 성숙이 촉진돼 보통 뼈 나이가 실제 나이에 비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뼈 나이를 알기 위해 보통 왼쪽 손목의 방사선 촬영을 한다. 검사 결과를 확인해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성장 속도가 증가되며 혈액 검사, 골 연령 검사에서 사춘기가 진행된 것으로 의심되면 정밀 검사를 시행한다.
약물을 투여한 뒤 여러 차례 채혈하여 성선자극호르몬이 상승되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랫동안 자랄 수 있도록 해 최종 키를 증가시키는 데 있다. 사춘기의 진행 억제 약제를 피하 또는 근육 주사로 맞게 된다.
치료를 시작하면 수 주 이내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해 여아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기도 하며,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기도 한다.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감소된다. 하지만 치료 전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크게 된다.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는 정상적인 사춘기의 시작 연령까지 지속하며 보통 2~4년 정도 치료한다. 치료를 중단하면 약 3~6개월 이후 다시 사춘기가 진행되어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의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100명 중 3번째 미만으로 작거나 또래보다 10cm 작으면 '저신장증' 의심
반대로 저신장증이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어린이 중에서 키가 100명 중 뒤에서 3번째 미만인 경우, 또는 또래 아이들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의 원인은 성장호르몬 결핍과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질병 없이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나 체질적으로 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 지연이 가장 흔하다.
저신장증으로 진단이 되면 보통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골격근과 장골을 성장시켜 신체의 최종 크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 시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같은 질환이 있으면 2세 이후부터 치료할 수 있고 자궁 내 성장지연의 경우에는 4세 이후부터 치료가 가능하며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이 가능하다.
원인 질환이 없지만 키가 작은 경우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되지 않는다. 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며 키가 정상 범위인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최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의 투여가 중요하다"며 "주사의 부작용으로는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고혈당, 두통, 부종, 구토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검사를 병행하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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