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화 패턴이 달라졌다
전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주도했던 글로벌 대유행은 오미크론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변이가 아닌 BA.5 변이 등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19일 오미크론 변이에 이어 하위 변이가 전세계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변이 등장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은 2020년 초 시작된 이후 글로벌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됐다. 2021년에는 기존 바이러스의 진화 패턴과 유사하게 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 변이가 차례로 출현하며 각각 수개월간 우세종이 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021년 말 나타나 전세계에서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지속적으로 주도한 이후 현재 BA.1, BA.2, BA.5 등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우세종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파력이 더 강해진 BA.2.75라는 ‘켄타우로스’ 변이까지 나왔다.
진화생물학이나 바이러스학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진화 패턴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초창기 역동적인 확산과 진화를 마무리하고 인류와 훨씬 더 오래 함께 한 다른 계열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서서히 진화하는 패턴으로 자리잡는 신호로 해석한다.
제시 블룸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연구원은 “BA.2나 BA.5가 더 많은 하위 변이를 만들어내 그 중 하나가 다음 유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술 책임자인 마리아 반 케르코브 연구원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유행이 지속되든 새로운 변이가 나오든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계속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세계에서 새로운 변이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과 비용 투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471일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암 환자에서 최소 3개의 서로 다른 계통의 변이가 생겼다는 연구결과를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지난 2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추적 분석 결과 변이가 나타난 속도가 정상 속도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만성 감염이 새로운 변이의 예측할 수 없는 출현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패턴은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나타난다.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감염시킬 때보다 한 사람 내에서 오랫동안 감염이 지속될 때 변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1년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등장한 이후 완전히 새로운 변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나 하위 변이가 아닌 전혀 새로운 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톰 피콕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알파나 델타 같은 이전 변이 중 하나가 감염이 지속되는 만성 감염을 거친 뒤 진화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만성 감염에 대한 연구는 바이러스의 변이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변이에 대한 조속한 감시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1주일에 약 500개의 코로나19 검체 샘플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2000개에서 줄어든 것이다. 미국도 1월 1주일에 6만건의 검체 샘플을 분석했지만 현재 약 1만건으로 줄었다.
케르코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진화 패턴은 바이러스 학자들을 계속 놀라게 하고 있다”며 “결국 어떤 방향으로 바이러스가 진화할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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