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꽃' 총경들 전례 없는 집단행동..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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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꽃' 총경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내달 2일 경찰제도 개선안이 시행되면 경찰국이 총경 임용제청권을 갖게 되는데도, 이들이 회의를 강행하는 것은 행안부에 맞선 중간간부들의 저항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총경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내부망에 올린 글에도 "경찰 생활에서 윗분들이 나서는 것을 처음 본다" "적극 지지한다" 등의 찬성 댓글이 2,700개 넘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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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시즌에도 전체 580명 중 430명 공감
경찰국 공개 반대 땐.. 윤희근 리더십 타격
尹 발언 빗대 "경찰은 사람에 충성 안 한다"
‘경찰의 꽃’ 총경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경찰제도 개선방안’, 즉 경찰 통제안이 타당한지 한데 모여 난상토론을 한다. 특정 현안을 두고 총경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하는 건 처음이다. 회의 결과에 따라 이미 하위직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찰국 신설 반대 움직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총경회의’가 열린다. 아직 참석자 수는 미정이다. 다만 전국 총경 580명 중 430명 이상이 단체 대화방에서 회의 개최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대다수가 경찰 통제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총경은 주로 일선서 서장을 맡아 수사 등 실무를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다. 그래서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참가 규모나 논의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이 집단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임 전부터 내부 비판에 시달리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앞서 윤 후보자는 전날 총경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대우조선해양, 코로나19 재확산,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많은 국민이 경찰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중한 판단과 실행이 요구된다. 숙고 바란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집단행동을 거두라는,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다. 총경급 인사권을 행사할 청장 후보자의 의중이 담겼다는 점에서 회의 참석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내달 2일 경찰제도 개선안이 시행되면 경찰국이 총경 임용제청권을 갖게 되는데도, 이들이 회의를 강행하는 것은 행안부에 맞선 중간간부들의 저항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실제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 분위기가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한 경정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청장님의 표현 한마디 한마디가 위협 아닌 위협, 협박 아닌 협박임을 13만 명 경찰 구성원들이 모르지 않는다”라고 직격했다.
총경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내부망에 올린 글에도 “경찰 생활에서 윗분들이 나서는 것을 처음 본다” “적극 지지한다” 등의 찬성 댓글이 2,700개 넘게 달렸다.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힌 한 총경은 “경찰서장 정도 된 사람들이 치안 문제를 모르겠느냐. 최대한 문제없도록 할 것”이라며 “직접 회의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영상으로 참가하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현장의 불만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있다. 류 서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경찰은 국민에게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3년 10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재직 시절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빗대 에둘러 항의한 것이다.
그는 “경찰국이 만들어지면 인사권과 지휘권이 정치 권력을 가진 장관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이 경우 경찰은 더 이상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장관을 바라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민의 관심도 당부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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