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자유? 일 더 시킬 자유겠죠"..권성동 향한 '부글부글' 공시생 이어 직장인까지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선언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한 직장인들의 성토와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고용 경직성을 문제삼으며 “국가가 국민의 일할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었다. 사측의 연장근무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주 52시간제마저 사라지면 도로 ‘과로 사회’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는 높은 고용 경직성의 대표적 사례”라며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같은 신산업 업종은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런 업종까지 주 52시간제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다”며 “국가가 국민의 일할 자유, 경제적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로부터 지목당한 IT업계 종사자들은 “‘일할 자유’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10년째 근무 중인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제가 생기기 전에는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기도 했고, 평일 집에 못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PC오프제(정해진 근무시간이 다하면 업무용 컴퓨터가 꺼지는 제도)와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문화가 비로소 자리 잡았다”고 했다.
IT업체에서 영상제작 업무를 하는 A씨(29)는 “권 원내대표는 노동시간이 늘어난 이후 노동자를 보호할 대안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며 “주 52시간제가 없어지면 노동 강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 같다”고 했다. 배 지회장은 “정치인들이 ‘야근할 권리’라는 말을 하지만 권리는 원치 않으면 안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야근을 상사가 강요하면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다”고 했다.
과로 노동자 보호 수단으로서도 주 52시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IT업체 서비스 기획자인 B씨(32)는 “짧은 사업 사이클 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주 52시간제마저 없으면 과로할 수밖에 없는 게 이 업의 특성”이라며 “근로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하고, 그 안에서 효율화 방안을 찾아주는 게 주 52시간제의 역할”이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일할 자유가 아니라 일 시킬 자유를 잘못 말하지 않았을까” “삶을 영위할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고 기업이 추가채용을 해야 행복한 사회다” “다른 나라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효율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만 거꾸로 간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채용부터 인사, 업무와 근무지 배정까지 정하는 회사는 노동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노동자는 기업이 시키는 대로 주 60~70시간씩 일했고, 목숨까지 오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와 경제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관점에서 노동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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