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야당, 대선 후보로 룰라 전 대통령 확정..'좌파 대부'의 귀환 성사될까
브라질 좌파 야당 노동자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7)을 오는 10월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공식 후보로 지명했다. 이로써 이번 대선에선 룰라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2파전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동자당은 21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연 전당대회에서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현지 매체는 룰라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이미 진행 중이며 이번 투표는 상징적인 절차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페르남부쿠에서 선거 유세를 하느라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룰라 전 대통령의 보좌관은 “그는 이제 당내 대화는 충분하니 거리로 나가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2일 치러질 브라질 대선은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맞대결 구도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 ‘좌파의 대부’라 불리는 룰라 전 대통령은 군부 독재 시절 대규모 노동자 파업을 주도하면서 명성을 얻어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는 퇴임을 2주 앞두고도 지지율 87%를 기록해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8년 전당대회에서도 노동당 후보로 확정됐으나 뇌물수수·돈세탁 혐의로 법정을 드나들다 결국 후보에서 물러났고, 그해 대선에선 극우 포퓰리스트로 평가받는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재계에서 신임받는 중도파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현 정권에 실망한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이고, 강성 좌파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농업 분야에서 표를 뺏어오기 위해 농업 분야 지도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재 차기 대선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일 브라질에서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44%,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대선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5% 미만이었다.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전자 투표 시스템에 대해 거듭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가 오는 10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선거 유세에서 “보우소나루가 투표기에 대한 의구심을 퍼뜨려 혼란을 조장하려 한다”며 “사실 그는 마음속 깊이 노동자들이 투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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