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첫 부족민 출신 대통령 탄생..'사회적 약자 정부' 상징성 강해져

이채완 기자 2022. 7.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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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족민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인도 정부는 노점상 출신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이어 부족민 대통령까지 배출해 '사회적 약자 정부'라는 상징성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된 무르무 당선인은 25일 취임한다.

무르무 당선인은 동부 오디샤주의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부족 산탈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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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 시간)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 당선인이 뉴델리 자택 앞에 모인 군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무르무 당선인은 부족민 출신으로는 처음,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인도 대통령에 선출됐다. 뉴델리=AP 뉴시스
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족민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교사 출신 여성 정치인 드라우파디 무르무(64) 당선인이다. 인도 고유의 카스트 제도에도 포함되지 않는 부족민은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으며 헌법에 따른 시민권을 동등하게 누리지 못한다. 인도 정부는 노점상 출신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이어 부족민 대통령까지 배출해 ‘사회적 약자 정부’라는 상징성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 시간) 인도 상원은 집권 인도국민당(BJP) 소속 무르무가 득표율 64%로 야당 원로 정치인 야슈완트 신하 전 장관을 눌러 제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대선은 18일 연방 상·하원 및 각 주의회 의원 4896명의 투표로 치러졌다. 인도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된 무르무 당선인은 25일 취임한다.

무르무 당선인은 동부 오디샤주의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부족 산탈 출신이다. 교사로 일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부족민 권리를 비롯한 사회운동에 힘쓰던 그는 1997년 BJP에 입당하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오디샤주 국무장관 등을 지냈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르칸드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21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트위터 캡처
21일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무르무 당선인은 정치 동료의 트위터 축하 메시지에 “나는 우리 헌법과 어머니 인도의 사상을 보호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댓글로 소감을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무르무 당선인을 찾아 꽃다발을 건네며 “인도의 새 역사를 썼다”고 축하했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인도 동부 외딴 지역 부족 출신이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우리 국민,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인도 인구 14억 중 약 8%인 1억400만 명인 부족민은 주로 동부 산림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문맹률이 높고 인구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이하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십 년간 주정부 지원을 받는 개발업자들과 토지 점유를 놓고 투쟁을 벌여 왔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인도에서는 총리가 실질적으로 통치하며 헌법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사실상 상징적 존재다. 무르무의 당선은 BJP가 부족민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BJP는 2010년대부터 ‘변방 집단’ 부족민 표를 공략해왔다. BJP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어 무르무 당선인의 승리는 선거 전부터 예견돼 왔다.

인도에서는 소수 집단 출신 대통령이 종종 나왔다. 3대 자키르 후사인과 5대 파크루딘 알리 아메드, 11대 압둘 칼람 대통령은 모두 이슬람 신자였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 이슬람교도는 14% 밖에 되지 않는다. 10대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과 15대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은 카스트 밖 불가촉천민 달리트 출신이었다. 첫 여성 대통령은 2007년 당선된 프라티바 파틸이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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