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앞둔 북한, 다시 활발해진 '동창리·영변' 움직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있어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 우리가 늘 주시해야 하는 북한 내 시설들이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입니다.
핵물질 농축 시설들이 밀집한 영변 핵시설 단지는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입니다. '서해 위성 발사장'으로도 불리는 동창리 발사장은 2012년 '은하 3호'를 시작으로 북한이 인공위성을 실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쏘아 올린 곳입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이들 두 시설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 '동창리 발사장 현대화' 작업 본격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가능한 동창리 발사장에서는 김정은의 현대화 지시에 맞춰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가 최근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철로와 연결된 대형 창고 건설과 굴착작업 모습이 잡혔습니다. 근로자 시설들과 지원 단지도 들어섰고, 건설 장비와 관련 물자들도 포착됐습니다.
'분단을 넘어'는 “발사장 내 거의 모든 기존 시설에서 유의미한 새로운 활동이 보이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유지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민간 인공업체 ‘플래닛 랩스’가 공개한 사진에도 굴착 작업 등의 공사 모습이 담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동창리 발사장을 시찰하면서 “5년 이내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동창리 발사장은 ICBM 개발을 위한 핵심 시설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인공위성 전문가로 활동한 제임스 오버그 박사는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동창리 발사장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에 사용되는 방열판을 시험하는 대형 로켓 엔진 시험대까지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지 활동을 숨기는 스텔스 기능을 추가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파악했다"면서 " 발사장이 군사적 목적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CSIS는 발사장 현대화가 완료되려면 최소 1~3년,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완공 시에는 보다 진전된 인공위성 발사체(SLV) 발사가 가능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 영변 '전술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 정황
핵무기 체계는 '핵탄두'와 투발 수단인 '미사일'로 구성됩니다. 동창리 발사장이 미국을 겨냥한 ICBM 개발을 위한 시설이라면 영변 핵시설은 핵탄두에 들어가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으로 플루토늄 생산에 필요한 흑연감속로, 연료봉 재처리시설, 핵 연료봉 제조공장, 폐기물 저장고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 등 390개 이상의 생산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2년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운영 사실을 처음 인정한 북한은 이듬해인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뒤 지금까지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습니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지만 회담은 이른바 '노딜(No deal)'로 끝났고, 북한은 지난해 8월 초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변에서 플루토늄 생산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되는 곳은 영변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인 방사화학실험실 부속 화력발전소입니다. 이달 들어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연소시키고 꺼낸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고농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려면 플루토늄이 필요하다며 최근 영변의 움직임은 전술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영변 원자로 가동을 전술 핵무기 개발에 쓰이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술 핵무기는 단거리 미사일용 핵전력을 뜻하는데 한국과 일본에 위협적입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최근 남한을 향해서도 선제 핵 타격론을 꺼낸 상황에서 최근 영변의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 '영변 폐기' 합의만 했어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의 결단만 남겨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늘 "(북한이) 언제든지 결심만 서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7차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은 북핵 개발의 상징적 시설인 영변과 동창리를 기반으로 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은밀히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갈수록 분명해지는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등으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은 '핵 보유국', '핵 고도화'라는 목표를 향한 보폭을 넓히고 있고, 북핵 문제 해결은 갈수록 더 난망해 보입니다.
지난해 7월,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와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소(CENESS)는 미국이 북한에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던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만 합의했어도 북한의 핵무기 생산역량이 80%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일각에서도 지금 와서 새삼 하노이 노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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