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이번에는 '불량 상임위' 딱지 뗄 수 있을까
발의 양극화·낮은 법안 처리율·선정적 입법·전문성 부족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꾸려졌다. 여야 격돌 끝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하반기 과방위 운영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과방위의 여야 극한 대립과 낮은 법안 처리율 등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과방위의 극한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과방위(미방위)는 공영방송 종사자 해직, 이정현 수석 보도개입 파문, 백종문 녹취록 사태 등 사안 때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관련 논의를 외면해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한 야당과 관련 논의를 저지하려는 여당의 갈등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국민의힘이 방송사 인사, 보도 논조 등에 거세게 반발했다.
양측의 대립은 단순 '입장'의 대립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과방위는 '입법'에 있어서도 절충을 찾기 힘든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언론법제윤리연구회·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가 연구한 20대 국회 의원 입법 네트워크 분석 자료를 보면 과방위의 법안 공동발의자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축으로 나뉘어 있었다.
특히 쟁점이 된 허위조작정보 법안 24건에 대한 공동발의자 네트워크 지형도를 만든 결과 유독 양측의 장벽이 높았다. 같은 소재의 법안임에도 성향이 다른 정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당시 연구를 맡은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허위조작정보 문제의 경우 연결망이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정당 간 네트워크가 끊긴다”며 “독립 법안으로 나오면서 법안 자체가 정치쟁점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방송계 당면 과제도 마찬가지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특별다수제'(공영방송 이사의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 사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요구했다가 집권 후 시민 참여 방식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입장을 바꿨고, 관련 논의를 무산시켜온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야당이 되자 '특별다수제'를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연일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프레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의 주요 의제인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도 공세적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극한 대립으로 인한 '개점휴업'이 반복되면서 과방위는 '법안 처리율이 떨어지는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1년 간 법안 처리 0건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20대 국회 때인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과방위 여야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20대 국회의 전체 법안처리율이 28.8%로 역대 최악의 상황인데 과방위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18.8%”라며 여야의 협력을 당부할 정도였다.
문제는 또 있다. '쟁점 법안' 탓에 '비정잼 법안'들이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민주당 등 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논의를 촉구했으나,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간사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회의를 무기한 연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가 미래통합당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네이버 항의방문에 이어 '포털 실검 규제법'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민주당이 이견을 보이며 과방위가 다시 멈춰섰다.
과방위는 법안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위원회 분리'를 했으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20대 국회 때 과방위는 법안소위를 1소위(과학기술원자력) 2소위(방송정보통신)로 분리했다. 21대 국회 기준 1소위 처리율이 56.6%, 2소위 처리율 14.8%로 1소위에서는 비교적 법안 처리가 원활해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2소위 내의 '비쟁점 법안'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검 규제법' 국면 당시 2소위가 열리지 않아 전자문서법, 정보통신융합촉진법 등 ICT 법안 논의가 연기되는 식이다.
과방위 소관 법안들은 학계로부터 '과잉 입법' '입법 선정주의' 지적을 받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표현물 규제'를 전담하는 과방위에선 유독 정교하게 현황을 분석해 제도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정치 쟁점에 따라 대응하는 성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발의한 '포털 실검 규제' 등 포털 규제와 민주당이 여당 때 발의한 '가짜뉴스 규제'는 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실명제 도입' 법안을 비롯해 과잉 규제 소지가 큰 포털 댓글 금지 법안, 포털 아웃링크 강제 법안 등도 잇따라 발의됐다.
이와 같은 과방위의 문제는 정치적 환경 요인 외에도 소관 기관이 방대하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20대 국회 때 과방위 소속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과방위는 분야가 방대하고 어려워 정책 질의를 하기는 더 까다로우면서도 주목 받기는 어렵다”며 “가짜뉴스 규제나 언론 관련 공방에 치중하게 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과방위 국정감사에선 여야 공방만 이어지다 다수의 기자들이 철수한 저녁 무렵에야 '정책 질의'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였지만 박근혜 정부 때 과방위가 되면서 방송통신에 ICT, 과학기술, 원자력 등 공통 분모를 찾기 힘들면서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분야들이 뒤섞이게 됐다”며 “상임위 재개편, 분리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과방위가 '기피 상임위'이기에 거센 발언이나, 현안과 연계한 법안이 아니고선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과방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지역구에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이나 지역 배분 예산이 제한적이다. 과방위 간사를 맡아 언론 관련 정치적 발언을 주도하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2018년 과방위 첫 배정 당시 인사말을 통해 “주변에서 과방위가 됐다고 하니 귀양갔다고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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