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 공격한 개 살려달라"..동물보호단체, 안락사 반대

[서울경제]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세 남자아이가 목줄 없이 활보하던 개에 물려 목과 팔 다리 등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 동물단체가 사고를 낸 개의 안락사에 반대하면서 해당 개를 인수해 보호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울주군 초등학생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입장문'을 올려 "상상하지 못할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과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어서 완쾌돼 가정의 행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개를 죽여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저희 동물권 단체들도 그 희생을 인정하겠다"면서 안락사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단체는 이어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개들에게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문제"라면서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므로 이러한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단체는 "해당 견주가 그동안 개를 묶어 키웠던 방법은 동물학대에 준하는 사육방식이며, 목줄이 풀린 개가 얼마나 이 사회에 위험 상황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면서 "줄을 묶어 사육을 하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이 사건을 초래한 견주에게만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묻는 처벌이 합당하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덧붙여 단체는 "개를 인수할 수 있게 해 달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필요기간 동안 사육공간에서의 이탈도 금하겠다. 개를 살려 달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담보된다면 그 개를 굳이 죽이고 얻을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냐"고도 했다.

이와 함께 단체는 "어떠한 경우라도 인권을 넘어선 이념과 가치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이 개를 희생시킨다 해서 인권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또 다른 한 생명의 희생에 대해 부디 다시 한번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11일 낮 1시20분쯤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목줄도 없이 아파트 단지를 활보하던 개로 인해 하원하던 A군은 목과 팔 부위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는 물건을 싣는 손수레를 휘둘러 개를 A군에게서 떼어냈다. 이 택배기사는 '비디오머그'에 "아이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면서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고가 난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뒤 개가 또다시 인명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고 판단, 검찰에 개의 안락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자료보완을 요청하며 이같은 요청을 부결했다.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경찰은 보완사항 등을 갖춰 압수품인 사고견의 폐기(살처분)에 대한 재지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