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점령 기정사실화 위해 합병 서두르는 러시아

강영진 2022. 7. 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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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시간은 내편이라고 믿는 푸틴은 서두를 필요 없지만
러시아 정치인·당국자들 빈번히 합병 독려하고
우크라 탈환 우려하는 현지 괴뢰 당국자들 서둘러

[멜리토폴=AP/뉴시스]지난 1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멜리토폴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22.05.3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의 러시아 당국자들과 현지 괴뢰 당국자들이 러시아와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빠르면 9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합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들과 국영 TV의 선전원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며 휴전협상이 열리더라도 이들 지역의 반환 문제가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이 지역 인구는 250만명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다시 그려 지리를 바꿔놓았다고 말해 국민투표가 준비되고 있음을 명확히 시사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점령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9일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합병하기 위한 "가짜" 국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음모적이며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4년 크름 반도를 합병하고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의 반군이 봉기하도록 촉발할 당시의 방식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 크름 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에서 실시된 국민투표는 미리 표기된 투표용지와 협박이 난무한 부정투표였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발언이 러시아의 합병 계획을 공식화하려는 첫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직 국민투표 계획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지지해온 강경파 안보 책임자들과 강경 정치인들의 "전쟁당(party of war)"의 압박이 커지면서 연내에 국민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전쟁당은 러시아가 점령지를 합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이기 때문에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로선 반드시 이뤄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서방 지도자들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침공을 정당화했고 자신을 18세기초 영토를 확장한 표트르대제에 비유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점령지를 흡수 합병하기 위해 러시아화를 밀어부쳐왔다. 탄압과 선전, 선물과 재건 약속 등을 동원하면서다. 현지 당국자들과 활동가들 언론인들은 살해되거나 체포되거나 실종됐으며 반러 시위는 분쇄됐다.

러시아 정부는 현지 통치를 담당하는 러시아 당국자를 임명했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도록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푸틴의 부비서실장 세르게이 키리옌코와 러시아 통합당 대표 안드레이 투르착, 장관들, 유명 정치인들이 점령지를 빈번하게 방문하고 있다.

지난 18일 키리옌코는 헤르손 지역 수력발전소를 방문했다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간신히 모면했다고 친러 군사 언론인 세미온 페고프가 밝혔다.

러시아 점령 크름반도에 있는 세바스토폴의 행정관 미하일 라즈보자예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민투표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 휘하의 당국자들이 몇달째 루한스크에서 작업을 진행중이라면서 "멜리토폴이 안정되고 국민투표를 하고 통합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텔레그램에 썼다.

러시아는 국민투표가 하향식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러시아 합병 열망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푸틴이 2020년 자신이 2036년까지 재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면서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한 것의 재판이다.

러시아 의회 국제문제위원장 레오니드 슬루츠키는 9월11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휴전협상이 없을 것이며 러시아는 절대 점령지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지도가 달라졌다. DPR과 LPR만이 아니며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 다른 많은 지역이 포함된다. 이 과정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지역을 러시아가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치하의 러시아는 선거부정의 역사가 길다. 스타노바야는 "푸틴은 자신이 90%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것을 확신하지 않으면 국민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으며 시간은 자기 편이라고 믿기 때문에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점령지에서 임명된 괴뢰 당국자들은 최대한 빨리 러시아에 합병되길 바란다. 우크라이나의 탈환을 겁내기 때문이다. 스타노바야는 "그들에게는 앞날이 걸린 일"이라고 했다.

투르착 러시아 통합당 대표가 헤르손을 방문한 건 지난 5월이다. 그는 현지에서 "러시아는 영원히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6월에 방문한 세르게이 크라프초프 교육장관은 우크라이나 학교에서 역사 문제를 포함해 러시아식 교육방식을 따르도록 강조했다.

헤르손 지역의 러시아 괴뢰 당국 부책임자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국민투표를 준비중이다. 달라진 건 없다. 계획대로 할 것이다. 수천 명이 이미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통합당 의원들과 정부 당국자들이 점령지 합병을 서두르는 건 뒤집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러시아는 러시아의 화폐와 복지제도를 현지에 도입했으며 우크라이나어로 표기된 도로 표지판을 제거하고 러시아 표지판으로 대체하고 있다.

러시아 점령지로 이동한 교사들 수백명에게는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건설팀이 현지에 자리잡았고 당국은 "지원 센터"를 만들어 식품과 의약품을 나눠주고 러시아 의사와 화상 진료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러시아 통합당은 루한스크에 "민간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러시아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주선해 점령지 재건 책임을 맡기려는 행보다.

우크라이나 TV 방송은 반러 선전이 계속되는 러시아 국영 TV로 대체됐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는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지도자는 나치라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정복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러시아 관영 TV RT의 보도국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지난 19일 TV에서 "우크라이나는 계속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고려하지 않고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우리가 알던 우크라이나는 없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더이상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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