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뇌물·직권남용 혐의 은수미 전 성남시장 징역 5년 구형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자료를 받는 대가로 담당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은 전 시장의 뇌물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 같은 징역형과 벌금 1천만 원, 추징금 467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의 전 정책보좌관 박모 씨에 대해선 징역 1년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의 전 수행비서 김모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추징금 55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수사를 맡은 경찰관들로부터 기밀 및 편의를 받기 위해 시장의 직위를 이용해 인사와 계약 등 뇌물을 제공했다"며 "이는 시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다는 이유로 박 전 보좌관을 '사적 이윤을 취하려고 한 일탈 직원'으로, 공익제보자를 '비상식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등 엄벌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은 전 시장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은 공익제보자의 사적인 보복 감정에 따른 제보로 시작됐으며, 검찰은 정치적 의도로 은수미를 기소한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책보좌관이 피고인에게 경찰관 이권 요구를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는 보좌관의 진술과 공익제보자의 재전문 진술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익제보자는 지역 내 이권 세력과 밀접하게 유착된 자로 피고인에 의해 사직하게 되자 보복 감정으로 여러 비리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의 진술 신빙성이 결여됐다고도 강조했다.
은 전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재임 기간 두 차례 재판장에 올라 끊임없이 구설에 올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등잔 밑이 어두워 부정한 일이 벌어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책임, 잘못 운영한 책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 그 모든 책임 제대로 지기 위해서 (지방선거 당시) 불출마하고 정치를 그만뒀지만, 여전히 고통스럽다"며 "이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저는 부정한 청탁을 응하거나 뇌물을 받은 적 없다. 더 이상 억울함 없도록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은 전 시장은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 박 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김모 씨에게 수사 기밀을 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됐다.
은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은 것으로, 은 전 시장은 이 사건으로 벌금 90만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경찰관 김 씨는 이 사건의 수사 기밀을 은 전 시장 측에게 제공하고, 성남시가 추진하던 4억5천만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 달라고 청탁해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업체 측으로부터 7천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김 씨는 이 사건으로 최근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은 전 시장은 김 씨의 상관이던 다른 경찰관의 인사 청탁을 들어주거나, 정책보좌관에게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시장과 경찰관, 지역 업체 관계자 등이 연루된 이번 비리 사건은 은 시장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사직한 이모 씨가 "2018년 은 시장이 검찰에 넘겨지기 직전 A씨가 수사 결과보고서를 (은 시장 측에) 건네줬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은 전 시장의 선고기일은 9월 16일 오후 2시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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